꼭 있어야 할 것들
Posted 2010. 1. 14. 19:5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검단산 중턱에 있는 곱돌 약수터다. 왼쪽 하단 파인 곳에 파이프로 연결된 약수가 사시사철 끊기지 않고 졸졸 흐른다.
산행 처음엔 손에 들고 간 500mm 생수병 물이 다 떨어져 목이 마를 때쯤 만나는 약수터라
반가운 마음에 한 바가지 퍼 마시고 다시 물병에 가득 채워 정상까지 다녀오곤 했었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강남에서 약속이 있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나갔다가 3시 반쯤 들어 왔다.
영화를 보고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마침 집에 물이 떨어져 2리터 빈병 두 개를 배낭에 넣고 약수터까지 다녀왔다.
물을 받으면서 둘러보니, 익숙한 약수터 풍경이 생각보다 아것저것 많이 갖추고 있었다.
1. 물맛 좋고 사철 끊이지 않는 시원한 약수
2. 누군가의 수고로 보기 좋게 걸려 있는 색색 바가지 십여 개
3. 지금 몇 시인지 알려주는 시계
4. 현재 기온을 나타내는 막대 온도계
5. 약수의 품질과 위생상태를 검사하는 분기별 보증서 게시판
6. 사진엔 나오지 않지만 앉아서 숨을 고르고 간식과 물을 마시며 쉴 수 있는 벤치
7. 역시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곱돌 약수터만의 비장의 무기인 확 트인 경치를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
바가지 하나는 깨져 있었는데, 위에 얼음까지 얼어 있었다.
비록 깨졌지만, 물 마시는 데는 크게 지장 없어 그냥 걸어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까짓거 새 걸로 바꿔 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완전히 못 쓰게 된 것도 아니니 쓸 수 있을 때까지 걸어두자는
산 사람들의 지혜와 인심 그리고 공동체 정신이 느껴진다.
4리터의 무게가 살짝 느껴지면서 기분 좋게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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