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눈길산행
Posted 2011. 1.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토요일 아침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학교 운동장과 아파트 주차장 차 지붕들
위로 소복히 눈이 앉아 있었다. 그친 게 아니라 조금씩 흩뿌리고 있었다.
오후와 내일은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망설이지 않고 배낭을 꾸렸다.
즐겨보는 <산>과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못 보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산 프로를 보는 것보다 산을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보온병에 끓인 물을 담고
빈 물통 2개를 넣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오늘 내린 눈이 얼거나 뭉쳐 있지 않아 오르막길은 거의 미끄럽지 않았다.
유길준 묘소 쪽으로 오르는 길은 검단산 코스 중에 긴 편에 속하며, 계단이
많이 나온다. 산에 처음 다닐 땐 계단이 그리 지루하고 싫더니 어느 정도 지나자
계단길이 오히려 수월해졌다. 다리 근육이 조금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3/4 정도 오르면 나타나는 능선에선 앞으로는 정상부가, 뒤로는 두물머리가
보인다. 성취감과 기대감에 기분이 좋아지는 지점이다. 보통 때도 탁 트인 풍경이
시원하지만, 눈 내린 뒤의 설경도 볼 만하다.
겨울에 이 코스가 좋은 점 중 하나는 정상을 200미터쯤 남겨둔 지점에서
종종 상고대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침 일찍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두어 번 본 것 같다.
오늘은 상고대는 아니지만, 짝퉁 상고대쯤은 돼 보이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눈꽃이 핀 나뭇가지들이 이십여 미터 정도 이어지면서 정상으로
진입하는 등산객들에게 등정 직전의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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