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
Posted 2011. 1. 28. 13:54,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모락산에도 제법 눈이 많이 왔다. 수요일 점심 때 사인암으로 오르려다가
옆으로 난 계곡길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사람들이 안 다니는 길로, 평소엔
엄두를 못 내다가 눈덮인 길은 어떨까 해서 접어들었다. 다행히 나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등산화 자국이 나 있어 따라 올라갔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사인암 등산로에 비해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발목이 깊이 빠지는 걸로 봐서 얼추 15cm는 넘고 20cm 가까이 쌓인 것
같았다. 이 동네에선 눈이 많이 와도 이 정도로 쌓인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익숙한 산이라 조금 벗어난 길이라 해도 조금 오르면 능선을 만나겠지
했는데, 겨울산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았다. 길이 아닌 눈 덮인 오르막은
자꾸 미끌거리면서 쉽게 걸음을 떼기 어렵게 만들고, 이쯤이면 능선이 나오겠지
하는 지점에서도 쉬 눈에 띄지 않았다.
거의 매일 가는 산이어서 망정이지, 초행길에 이런 길을 만났다면 크게
당황했을 것 같았다. 보통 땐 20분 정도, 눈길은 25분 정도면 올랐던 사인암을
40분 가까이 돼서야 오를 수 있었다. 안도감도 잠시, 급하게 하산해야 했다.
점심은 자동 다이어트.
올라오는 길 중간에 한쪽 발이 자꾸 가벼운 느낌이 들고 미끄러운 것 같아
내려보니, 아이젠이 없다. 눈길을 오르면서 헐거워져 풀러진 것도 몰랐다. 다행히
십 미터 못 가서 길에 누워 있다. 오늘 같은 날 아이젠 없으면 고생인데,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새삼 반갑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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