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용도
Posted 2011. 1. 29. 09:12,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눈이 내리면 산천 풍경이 달라지면서 산에 있는 사물들에게도 변화가 생긴다.
아니, 변화라기보다는 변모라는 게 적당한 표현이겠다.
요즘 같은 한겨울을 빼고는 늘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휴식처로 각광 받던
능선 나무 벤치는 눈이 쌓이면 그대로는 앉을 수 없다. 손으로 쓸어내든지,
입으로 후~ 불든지, 햇볕이 쬐어 녹든지 해야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정물화의 모델이 되어 주는 것이다.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잘 찍어줘!"
조금 더 올라가면 만나는 안내 팻말은 누워 있지 않고 서 있는데도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다. 꽤 높은 곳이라 바람이 셀 텐데도 며칠째 녹거나
흩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초보 등산객이나 호기심이 많은 이들은 뭐라고 써 있는지 궁금해서라도
장갑 낀 손으로 한 번 털어내고 볼만도 하지만, 그러기엔 산 중턱의 칼추위는
도통 여유를 허용하지 않았나 보다. 하긴 이런 정보 하나쯤 스킵하고 넘어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넘쳐나는 정보과잉시대니까.
"뭐가 써 있었을지 한 번 상상해 봐. 그리고 다음 번에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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