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펀의 계단길
Posted 2011. 4. 16. 12: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지우펀 골목여행의 하이라이트는 1989년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비정성시悲情城市>에 나온 찻집이 있는 골목 계단길 구경하기. 마침 볶음밥과 청경채 볶음으로 늦은 점심을 한 집이 내려가는 출발점이다.
계단은 아주 길지 않아 충분히 오르내릴만 했지만, 몰려드는 사람들로 자주 멈춰서야 했다. 한산해 보이지만, 금세 위 아래에서 사람들이 오르내렸다. 이 길뿐 아니라 지우펀은 홍등에 홍색 간판이 기본이다.
영화에 나왔던 아매찻집이다. 다들 이 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들어가서 차를 마시기도 하는 것 같았다.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테이블이 놓여 있지 않고 마당이 나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고풍스런 나무계단이 보인다, 문득 이 찻집의 드레스 코드는 어때야 할지 그려본다.
모이기로 한 시간이 다 되어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이런 찻집이라면 무슨 차를 마셔도 근사할 것 같다. 영화 이야기며, 타이베이에서 가 본 곳들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워댈 것 같았다.
찻집만 있는 게 아니라, 커피를 파는 카페도 당연히 보인다. 이 집의 상호는 지우펀 커피. 아치형으로 만든 붉은 벽돌집이다. 입구 한구석에 오카리나를 팔고 있었다.
이 동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오카리나 판매점인데,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지 일어로도 붙여놨다. 대만 특산품이라는데, 하나하나가 앙증맞고 모양도 예쁜데다가 판매대마저 썩 잘 어울린다.
어디서나 기념 싸인은 필수인가 보다. 동굴처럼 꾸민 벽면 가득하다. 15년 전 96년 세모에 온 사람도 있고, 95년에 쓴 것도 보이는데, 대부분 한중일인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이상하게도 이런 곳의 인파는 도무지 귀찮거나 싫지가 않다. 사람들이 없는 골목은 지나다니기 편할진 몰라도 멋은 없는 법이다. 적막하기만 한 풍경은 질리기 쉽다.
사진을 찍는 이들이나 찍히는 이들 모두 이곳에서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사진 속 풍경이 되어 준다. 기다려 주고, 피해 주고, 대신 찍어 주고, 말없는 미소로 서로를 성원해 준다. 우리도 서로를 찍었다. 간간이 또이부치, 메이꽌시, 스미마셍, 아리가도, 익스큐즈 미 등이 들렸다.
계단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다른 골목으로 왔다면 여기가 올라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내려온 계단을 다시 올라가면서 이 순간의 풍경을 추억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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