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몽인생 찻집
Posted 2011. 4. 2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지우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가 3시 넘어 시장끼를 느껴 들어간 찻집 겸 식당 <희몽인생>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늑하고 차분했다. 카운터 정면 벽이 단순하면서도 시원시원하다. 꽤 오래돼 보이는 길고 두꺼운 테이블은 손때가 많이 묻었고, 그 위에 놓인 구형 전화기와 주전자,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구식 라디오 같은 소품들이 정겹다.
점심과 저녁의 중간 시간이라 손님도 한두 테이블 밖에 없어 이 집을 온통 전세 낸 행운을 차지한 것 같았다. 단아한 인상의 여종업원은 고운 미소를 건네며 전망 좋은 2층 창가석으로 안내한다.
소파나 푹신한 의자는 아니었지만 오랜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커다란 나무 테이블과 벤치형 의자는 여행객들이 잠시 피곤을 풀고 목을 축이거나 시장끼를 달래기에 적당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완전히 개방된 창이었는데, 시야가 확 트인 게 풍취를 더해 준다. 십여 분쯤 앉아 있자 약간 한기가 느껴졌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마치 발을 내리듯 투명한 비닐 창을 내려 주었다.
맛은 못 봤지만 잘 다듬은 돌판 위에 늘어놓은 아기자기한 다구들로 볼 때, 차 맛도 제법 좋을 것 같았다. 뚜껑 없는 둥그런 돌 어항 안에선 작은 금붕어들이 활기차게 놀고 있다.
영화 제목에서 이름을 따온 집답게 벽면 여기저기에 오래된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포스터들이 걸려 있다. 홍콩이나 대만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있었다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포스터 속의 여주인공을 배경으로 로즈매리가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음식이 나왔을 때 함께 가져온 젓가락 포장지에서도 이 집의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렇게나 만들지 않고 은근히 멋을 냈다. 이쯤 되면 소박한 음식일지라도 맛과 멋을 동시에 음미하게 된다.
'I'm traveling > Joyful Taipei'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시장은 보너스 (4) | 2011.04.23 |
---|---|
루이팡역 (2) | 2011.04.22 |
지우펀의 주전부리들 (4) | 2011.04.20 |
지우펀의 계단길 (2) | 2011.04.16 |
드디어 지우펀 (0) | 2011.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