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titute of Chicago
Posted 2011. 7. 2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Colorful Chicago
시카고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좋은 미술관을 여럿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Art Institute of Chicago. 재미있는 미술책 <웬디 수녀의 미국 미술관 기행 Sister Wendy's American Collection>에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함께 소개된 곳이다.
공항에서 cta를 타고 잭슨역에서 내려 두세 블럭 걸으니 미술관 앞이다. 10시 반부터 티켓($18)을 판매하는데, 10여 분 일찍 왔는데도 줄이 제법 된다. 8, 9년 전엔 점심을 먹고 왔는데, 30여 분 줄을 서 있었던 기억이 났다.
알뜰족들은 목요일 5시부터 8시까지 무료 입장 타임을 활용할 수도 있다. 4년 전에 갔던 LA 미술관도 월요일 저녁 입장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는데, 학생들이나 주머니가 넉넉치 않은 이들을 배려하는 합리적인 제도였다.
홀 중앙 계단 하나하나에 컬러 LED로 뭐라 써 있는 게 눈길을 끌었는데, 자세히 살펴보기엔 그림 생각이 급했다. 하여튼 온갖 것에 예술적인 장치를 해 두는 이네들의 디스플레이, 마케팅 기법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Chagall's America Windows>가 맨앞에 걸린 걸로 봐 샤갈 전이 메인인 줄 알았는데, 샤갈 작품은 방 하나 가득한 이 스테인글라스 밖에 없었다. 뭐 이것 하나로도 샤갈의 작품 세계를 어느 정도 감상할 수 있었지만, 좀 그랬다.
같은 이름(Paul)을 갖고 있고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세잔과 고갱의 비교적 익숙한 작품들이 여러 점 전시돼 있는 방에 다시 들어서는 일은 즐겁고 약간 흥분되는 발걸음이었다. 아마도 이 미술관의 대표적인 컬렉션 중 하나일 것이다. <노란 의자에 앉은 세잔 부인> <신의 날> 둘 다 1890년대 작품이다.
모네의 <수련>과 <짚단> 시리즈도 빠질 수 없다. 같은 대상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그렸는데, <수련>은 연작 시리즈인 듯 여러 점이 있었다.
세잔, 고갱, 모네 작품과 함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도 여러 점 걸려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침실>과 <자화상> 둘 다 1880년대 작품이다. 일순 물끄러미 고흐 형을 응시해 주었다. 형은 생각이 복잡한지, 후대 이방인의 출현에 관심이 없는 건지 시선을 돌리는 듯 했다. 뭘! 형님도 예선 이방인이면서.^^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도 많이 있었는데, 대개 종교화다. 엘 그레코의 <시몬의 집에서 하신 식사>는 1600년대 초반작이고, 니콜라스 버틴의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그리스도>는 1700년대 초반작이다. 제자들 하나하나의 표정이 무척 다채롭고 사실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은 구스타프 카유보트가 1877년 그린 큰 그림인데, 파리도 이 시기를 전후해 대대적인 도시 재정비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시카고도 도시의 면모를 완전히 일신해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래는 지극히 미국적인 <리글리 껌>인데, 찰스 쇼가 1937년에 그렸다. 작품도 재밌지만 액자가 요즘 식이다.
두 시간 반 동안 둘러봤는데, 반도 채 못 본 것 같았다. 다리가 아파 더 이상 보는 건 무리일 것 같아 내려오는데 로비 한쪽에 이 미술관을 세우고 컬렉션을 구비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좀 더 기여한 사람은 Distinguished Benefactor로, 더 크게 기여한 사람은 Most Distinguished Benefactor로 명하면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이들일 것이다. 나도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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