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밥과 파전
Posted 2011. 9.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저녁 식탁에 곤드레밥이 올라왔다. 퇴촌 같은 데서 두어 번 사 먹어본 적은 있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 처음이었다. 며칠 전 로즈매리가 예전 대학부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기와 후배 몇이 모이는 자리에 갔다오면서 그 중 하나가 준 나물 두어 가지를 가져왔는데, 그걸로 만든 모양이다. 도시 음식에 익숙한 우리에겐 처음 보는 저녁 메뉴였다.
마침 요즘 영월, 정선 여행기를 싣고 있는 dong님의 블로그에도 이 밥이 나와 궁금하던 차였다. 곤드레 나물로 만든 밥에서 향기가 난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됐는데, 이렇게 많이 넣어 지은 밥에선 은은한 산나물 향이 났다. 생긴 건 시래기 같은데, 무척 부드러운 맛이었다. 양념 간장을 두어 숟가락 넣어 쓱쓱 비벼먹으니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먹힌다.
곁들여 먹을 것으로 파전이 나왔다. 왼쪽은 추석 때 본가에서 보내 온 녹두 빈대떡이고, 오른쪽은 로즈매리표 간단 파전이다. 마침 옆집 아주머니가 준 호박이 있어 해물 대신 씹히는 싱싱한 호박을 많이 넣어 아삭거린다. 빈대떡은 빈대떡대로, 파전은 파전대로 맛있다.
비빔밥이나 파전을 먹을 때 전에는 고추장이나 양념장, 간장을 많이 넣거나 찍어 먹곤 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가급적 넣지 않거나 찍어 먹지 않고 있다. 강렬한 양념맛보다 심심한 재료맛을 느끼려고 하는데, 뭔맛일까 싶겠지만 적응하니까 그렇게 먹어도 괜찮게 되었다. 한두 해 전부터는 집에서 만든 사골국물에도 소금을 거의 안 넣고 먹는다, 나만.^^ 워낙에 짜고 맵게 먹는데 익숙해 있어 쉽진 않지만, 해볼 만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프림과 설탕 넣지 않고 블랙으로 먹는 커피와 비슷한 셈인데, 커피를 블랙으로 마신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1990년 1월 CMF 간사 시절, 태국에 단기선교여행 갔다가 그 당시로는 흔치 않던 바나나를 매일 무지막지하게 먹어대다가 그 다음부터 믹스 커피의 달달한 맛을 버리고 블랙으로 과감하게 전향한 게 오랜 습관이 됐다. 뭐 남의 집이나 사무실 가면 믹스도 가끔 먹긴 하지만, 역시 커피는 블랙이다. 곤드레 이야기하다가 커피 얘기로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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