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모의 바구니
Posted 2011. 12. 1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폴모는 수도 오클랜드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고 코스타가 열리는 와이카토 대학이 있는 뉴질랜드 제4의 도시 해밀턴 - 오클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북섬 남단의 웰링턴에 이어 - 에 사는데, 코스타 같은 대회가 있으면 앞뒤로 오클랜드 노스셔(Northshire)에 있는 해인네 집에 머물곤 한다. 그래서 차 트렁크에는 간단한 옷가지 가방과 침낭이 있는데, 그 외에도 늘 챙겨 갖고 다니는 게 있다. 내가 폴모의 바구니라 이름 붙인 저 연두색 구멍슝슝 플라스틱 바구니이다.
저 바구니는 목욕 바구니인데, 샴푸를 비롯해 샤워용품을 넣는 통으로,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전유물이다. 그것도 아가씨들보다는 아줌마들의 애용품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주에, 해밀턴의 치안을 맡고 있는 청년 폴모가 저 바구니를 들고 다닌다니, 왠지 그림이 썩 잘 안 맞는 느낌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로즈마리도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그런데 폴모는 개의치 않는다.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다 보면 아침저녁으로 씻어야 하고, 자기가 쓰는 배쓰(Bath) 용품 갖고 다니는 게 뭐 문제냐는 것이다. 그날도 놀려대는 우리에게 살짝 쑥스럽긴 하지만 별일 아니란 표정이다. 물론 문제될 건 없다. 보통은 샘플 크기의 작은 것들을 작은 비닐지퍼백 같은 데 갖고 다니지만, 저 정도 종류와 용량이라면 사실 마땅히 들고 다니기도 귀찮아져 속시원하게 물도 잘 빠지는 제 용도의 바구니를 고른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폴모가 훨씬 실제적이고 실용적이다. 저 바구니에 넣어 갖고 다니다가 집에 가면 욕실에 꺼내 쓰고, 다시 이동할 땐 차에 실었다가 들고 내리면 어딜 가든 다른 이들 거 빌려쓰지 않고 집에서와 같이 편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같이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이들의 약간 의아해 하면서 잠시잠깐 빵 터지는 시선만 감당해 내면 룰루랄라 샤워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폴모가 옳다. 폴모는 현명하다. 폴모는 실제적이다. 그래도 생각날 때마다 키득키득 약간 웃기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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