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ing with PaulMo 1 - 폴모네 집
Posted 2011. 12. 2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해인과의 시간을 다 보내고 월요일 밤 늦게 폴모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화요일 아침부터 1박2일, 아니 실제로는 월요일 밤부터 귀국하는 목요일 새벽 공항까지 일정을 함께헸으니 짧은 3박2일 여정의 가이드, 드라이버, 친구로 동행을 자처해 준 것이다.
오클랜드에서 해밀턴은 120km 정도 되는데, 2시간 조금 못 달려 자정쯤 되어 폴모네 집, 아니 정확하게는 폴모 부모님 댁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부모님은 호주에서 일하고 계셔 폴모 혼자 지내는, 지키는 집은 넓고 편했다.
피곤한 하루를 보내서인지 단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정원에 나가보니, 참 예쁘고 정성스레 가꾼 꽃과 싱그런 나무들이 반겨주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정원이었다. 나도 가끔 전원생활을 꿈꾸곤 하지만, 잘 가꾸어진 집에 들어가 사는 걸 바랄 뿐, 이렇게 사람 손이 가는 아름다움의 뒤안길은 자신없다. 가꾸고 돌보는 이의 수고와 성품이 어떨지 느껴지는 마당의 정원이었다.
단조로움을 덜기 위해 자갈을 깔고 나무판을 설치해 장미를 심었나 보다. 활짝 피어난 장미꽃이 함박웃음으로 맞아주었고, 떨어진 꽃잎들은 아직 그 붉음을 간직하면서 시선을 분산시킨다. 피어난 꽃이나 떨어진 꽃이나 이쁘긴 매한가지란 말이다.^^
폴모는 이 집에서 가장 넓은 부모님 방에 여장을 푸는 특권을 우리에게 주었다. 내주는 아들이나 그러라고 기꺼이 허락하시는 부모님이나 그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 와락 고마운 마음이 밀려온다. 잘 땐 몰랐는데, 아침에 밖에서 보니 창가에도 작은 꽃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팔을 벌리고 있었다.
폴모네 집에 와 보니, 폴모가 차에 목욕 바구니를 갖고 다니는 게 자연스레 오래된 습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단정히 정리되고 가꾸는 정원만 봐도 부지런하고 정갈한 이 집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살짝 흐린, 그래서 더 좋았던 아침 공기를 마시고 들어서니 어느새 폴모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과일을 깎아 어울리는 접시를 골라 단정하게 차리는 저 날랜 솜씨는 그저 지켜만 봐도 웃음이 나오게 한다. 나중에 들었는데, 전에 2년쯤 스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역시! 옆에 선 마리아는 이 순간만큼은 폴모 쉐프의 시다바리도 안 된다.^^
폴모는 전날 자정쯤 도착해 우리를 방으로 안내한 다음 마트에 가서 아침꺼리들을 사 왔고, 아침에도 일찍 나가 빵을 사 온 것 같았다. 짜잔~ 폴모표 아침식사가 차려졌다. 먹기 좋은 크기에 과일 색깔 맞춰서 담아낸 걸 보라. 주부 9단은 못 돼도 5단쯤 되는 포스가 느껴졌다.
빵과 오렌지 쥬스 그리고 뉴질랜드 우유^^는 기본이고, 에그 스크램블과 올리브유에 살짝 구운 미니 토마토에, 색색깔 과일 - 딸기, 적포도, 청포도, 메론, 파인애플 - 까지, 그리고 삼각형으로 접은 냅킨까지 해밀턴 폴모네 B&B 메뉴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소박하고, 다채로우면서도 모두가 맛나 주인과 게스트 가릴 것 없이 싹 비워내기에 이르렀다. 정성이 가득 담긴 아침상을 받고 돈을 낼 순 없어 접시 설거지로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I'm traveling > Kiwi NewZea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aveling with PaulMo 3 - 정말 맛있었던 Fish & Chips (5) | 2011.12.23 |
---|---|
Traveling with PaulMo 2 - 와이토모 반디벌레 동굴 (2) | 2011.12.21 |
JK Tiger네 집에서 (2) | 2011.12.17 |
해인이 만든 돈부리 (5) | 2011.12.16 |
Wandering with Danielion 5 - Carriages Cafe (4) | 2011.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