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ith Danielion 5 - Carriages Cafe
Posted 2011. 12.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유기농 마트 구경과 꾸스코스 점심을 먹은 다음 식순에 따라 해인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당연히 커피집. 우리 셋 다 커피를 좋아해 정말 괜찮은 커피집을 보여주겠다고 데려간 곳은 쿠메우 가든에 있는 캐리지스 카페. 나무와 화분을 파는 가든에 딸린 커피집인데, 이 집의 슬로건은 당돌하게도 "위대한 커피"(We make great coffee)였다. 음~ 얼마나 대단하길래.
넓고 깔끔한 주방엔 화이트 보드 가득 메뉴를 적어놨다. 그러고보니 뉴질랜드 카페들은 이렇게 손글씨로 메뉴 안내하는 게 유행인가 보다. 샌드위치부터 샐러드, 해산물과 고기 요리들이 다양하게 적혀 있고, 오른쪽 구석에 커피 메뉴가 모아져 있었다. 옷을 간단히 입었는데도 뭔가 포스를 풍기는 이 친구나 서빙하는 언니들도 단아한 미인들이었다.
이 집은 커피를 두 군데서 마실 수 있는데, 하나는 이렇게 바깥 정원을 바라보거나 거닐 수 있는 메인홀이다. 아주 좋은 커피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이 밝고 탁 트인 실내 분위기가 썩 잘 어울리는 집이었다. 창뿐 아니라 투명한 지붕도 자연 속에서 마시는 커피맛을 배가시킬 것 같았다.
창밖으로 나가면 연못이 있고, 그 너머에 멋진 고목이 서 있다. 울창하게 자란 나무도 멋있지만 이렇게 주위 풍경과 어울리게 적당히 가지를 쳐 준 나무들도 은근히 기품이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두 팔 벌린 거인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오리와 거위가 돌아다니는 연못은 맑고 한가로웠다.
카페 바깥쪽엔 나무와 화분을 파는 농원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사무실 근처 백운호수변에 있는 허브앤죠이 같은 분위기다. 비전 나무(Vision Plant)란 것도 있나 보다. 저 나무를 사다 옮겨 심으면 비전이 자라나보다.^^ 내가 만약 이 동네에 산다면 커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농원 구경하러 자주 마실 나갈 것 같다.
이 집의 두 번째 커피샵은 재미있게도 기차 카페였다. 옛날 기차 한 량을 통째로 옮겨다 놓아 의자는 그대로 두고 그 안에 테이블만 놓았다(어쩌면 식당차였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기차나 배, 심지어 오래된 비행기를 개조한 카페들이 있는데,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처음 기차를 타 봤다.^^
아, 주변 묘사 그만하고, 끝내준다는 커피맛 어땠는지 말하라고? 못한다. 아니, 할 수 없다. 이 집을 비롯해 뉴질랜드는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오후 3시 반, 4시면 문을 닫는 집들이 많은데, 아뿔사! 이 집도 부지런히 달려갔지만 막 오늘 영업을 마쳤단다. 너무 아쉬워하는 해인에게 사진은 찍어도 된다고 해서 20여 분 머문 게 다였다. 아래 내외하는 설정샷에 그 아쉬움이 담겨 있다.^^
진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해인이 근처 또 다른 유기농 카페로 우리를 데려갔다. 정말 해인의 준비성은 알아줘야 한다. 덕분에 여기저기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간판부터 이름까지 온통 초록 투성이인 이 집은 커피와 케이크만 아니라, 유기농 잼과 각종 건강식품 등을 함께 팔고 있었다.
이 집도 마감 직전이었지만, 커피를 팔았다. 뉴질랜드식 커피인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다. 금발의 중년 여성이 커피를 내려주었다. 커피 내리는 장면을 좀 더 줌인하고 싶었지만(내 루믹스는 16배 줌이라 맘만 먹으면 충분히 당겨볼 수 있다^^), 점잖은 팬들을 위해 여기까지만.ㅎㅎ
커피맛, 괜찮았다. 로즈매리는 에스프레소를 시켰는데, 그것도 괜찮았단다. 난 사실 커피맛보다도 커피를 담아내는 종이컵 디자인에 더 눈길이 갔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엔 아까운, 심플하면서도 나름 멋을 낸 컵들이 맘에 들었다. 그러고보면 난 맛보다는 은근히 분위기를 더 탐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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