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닭강정
Posted 2012. 3.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지난주 출근길에 사무실 거의 다 와서 신호 대기중에 작은 피자집이 있던 모퉁이에 닭강정집이 새로 오픈한다는 현수막이 보였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려는데 문득 수목 양일간 50% 빅세일 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한 박스 만천원 짜리를 6천원에, 반 박스 6천원 짜리를 3천원에 준다는 것이다. 음~ 이 사람들 장사할 줄 아는군.
이 가게가 오픈하는 7일 오후 간식 시간에 직원을 하나 보내 사 오게 했다. 10분이면 갔다 올 텐데, 근 30분이 걸렸다. 개업일이긴 해도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서 사 먹는 동네는 아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반짝 효과를 낸 모양이다. 맛은 무난했는데, 반값에 먹었으니 집에도 하나 사 가야겠단 생각에 슬슬 가 봤다. 어이쿠, 이런! 내 앞에 10명 정도가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네. 반값 마케팅이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치킨이건 강정이건 닭이란 재료의 특성상 튀기는 데 시간이 들기 때문에 세 솥쯤 되는 이 집의 튀김통을 풀가동해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두세 명씩 줄어 드는 순서를 기다리느라 30분 정도 지나 내 순서가 왔다. 떡볶이판 같은 큰 철판에 쏘스를 붓고 튀긴 닭을 굴려 포장해 주는데, 개업일이라 그런지 포장 박스를 미리 쌓아 놓은 게 산더미 같이 높았다.
대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내 뒤 몇 사람까지만 두 박스씩 팔고, 그 다음부터는 아예 한 박스씩만 판다는 홍보하는 언니의 안내 멘트가 연신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 갖고 나와 보니 줄이 아까보다 두 배는 더 길어져 있었다. 가게 안까지 쳐서 20명은 족히 넘었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만 보니 줄이 줄을 부르는 것 같았다. 줄지어 서 있는 걸 보는 사람들이 호기심과 기대감에 또 다른 줄을 만들고 있었다. 아마 저녁 시간, 밤 시간까지 이어지면서 저 집 개업날 대박 친 것 같았다(다음날 점심시간에는 더 길어져 30명이 넘게 줄을 서 있었다). 한 상자는 다시 사무실에 풀고, 한 상자는 집에 가져가 셋이 저녁으로 잘 먹었다. 떡이 몇 개 들어 있고, 뼈가 없어 반찬으로도 딱이었다. 이름 그대로 달콤한 맛이 조금 강했다.
맛집 블로그들에 많이 나오는 인천신포시장이나 속초중앙시장의 닭강정만은 못하겠지만, 이틀간 한시적으로 판 6천원 짜리 닭강정은 가격 경쟁력만큼은 최고였다. 세일기간이 끝나 제값을 받으면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사무실 간식으로 먹게 될 것 같은데, 그땐 아마 줄 서지 않고 편하게 담아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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