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가끔 한솥도시락
Posted 2012. 4.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식목일인데 도대체 왜 안 노는지 모르겠다.^^ 점심으로 오랜만에 도시락을 먹기로 하고 각자 메뉴를 정한 다음 주문하고 찾으러 갔다. 뭐, 이런 건 내가 찾아와도 되니까 오는 길에 강정집에 들러 반 상자를 가져왔더니, 다들 반색이다. 도시락 5개와 4개 들이 고로케 2개가 2만2천원이고, 닭강정은 6천원. 다섯의 점심 메뉴와 가격으로는 딱이었다.
요즘 도시락은 한솥이 대세인 것 같다. 전화로 주문하면 10여 분 안 걸려 준비해 놓는데, 가서 찾아오면 된다. 계원대학생들이 대여섯 주문하거나 도시락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매장엔 대여셧 명이 앉아 먹을 자리도 있었다. 조금 날씨가 좋았더라면 계원대 캠퍼스나 2, 3분 걸리는 공원에 나가 까 먹겠지만, 아직 바람이 불고 선선해 사무실 원탁에 펼쳐놓았다.
내가 시킨 건 2천7백원 짜리 스파이시 참치마요. 보통은 반찬이 넉넉한 3, 4천원대 짜리를 시키는데, 오늘은 간단히 마요가 먹고 싶었다. 치킨과 스팸마요도 있는데, 고명을 얹은 밥과 함께 김 한 봉지와 쏘스 두 개가 딸려 나온다. 고기도 없는데 무슨 쏘스냐고?
김은 비닐째 뿌셔 잘게 만들어 밥 위에 뿌리고, 쏘스도 남김없이 함께 얹은 다음 비벼 먹으면 된다. 그러면 마치 옛날에 마요네즈와 간장 넣어 비벼 먹던 밥 비슷하게 된다. 씹히는 것도 있고, 간도 적당한데다, 약간 스파이시하기까지 해 술술 넘어간다. 디자이너 자매는 치킨마요를 시켰는데, 1천2백원 더 하는 현미밥으로 시켜 한 젓가락씩 맛보게 했다.
이건 6천원 짜리 새(우)치(킨)고기고기 도시락인데, 편집부의 한 자매가 시켜 가운데 놓고 나눠 먹었다. 여기엔 밥이 따로 담겨 나온다. 고기류 밑에는 스파게티 가는 면이 깔려 있는데, 두 가지 용도가 있다. 고기와 면을 함께 먹으라는 설과 횟집마냥 양을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함이라는 설도 있는데, 우리들 사이에선 후자가 우세했다.
고기들만 먹고 면은 남기길래 면 좋아하는 내가 소불고기와 제육, 치킨 밑에 깔려 있던 면을 다 쓸어와 비벼 먹었는데, 두 젓가락 정도 됐다. 한 달 전쯤 개업한 달콤한 닭강정집의 강정 반 상자는 인기리에 바닥을 드러냈다.
도시락을 먹으면 식당에서보다 밥 먹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새로운 점심상에 분위기가 업 되면서 화제가 풍부해져 한 시간이 즐거웠다. 대개는 밥 먹고난 다음엔 인터넷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쉬거나, 아니면 밀린 일을 하게 되는데 도시락 까 먹은 점심은 대화와 웃음꽃이 만발하는 기분 좋은 식탁 교제까지 덤으로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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