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희네 빈대떡
Posted 2012. 4.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드디어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 맛을 봤다. 3주 전엔 점심을 먹고 온 데다 뭐가 있나 보려고 그냥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 시장 음식을 맛보진 못했는데, 형수가 콰이어를 한다는 핑계로 부활절 예배에 데려간 동생 내외와 신설동부터 걸어서 광장시장을 다시 찾았다.
광장시장 나들이(3/21/12)
동생은 이 시장에 오래 다녔고, 중국에서도 가끔 이 시장 음식 생각이 난다며 한 달 전 귀국하자마자 다음날로 달려간 로컬 마켓 러버. 맛있다고 데려간 집은 종로쪽 입구에서 가까운 순희네 빈대떡. 점포 두 집을 이은 게 시장 가게치고는 큰 집이었다. 저녁 땐 줄서서 기다렸다 들어가는 집이라는데, 낮인데도 안에 자리가 없어 문밖에 만들어 놓은 테이블에 겨우 끼어 앉아 가게 안과 밖을 둘러보았다.
지난 번에 왔을 땐 간판을 미처 발견 못하고 스쳐 지나갔는데, 입구부터 빈대떡이 켜켜이 쌓여 있다. 앞에 있는 게 4천원짜리 빈대떡이고, 뒷쪽은 2천원짜리 고기전이다. 저 많은 게 언제 없어지나는 기우 중의 기우. 2인 1조 아줌마 조리사들은 쉴 새 없이 불판에서 빈대떡을 부쳤고, 호일을 씌운 1회용 각접시에 담겨 손님상으로, 포장해 가는 손님들 비닐 봉투로 실시간으로 불티나게 소화되고 있었다.
작업 불판 앞으론 잔뜩 담아놓은 식용유 그릇 두 개가 있는데, 빨간 바가지로 떠서 불판에 그냥 들이부었다. 뒤로는 녹두 반죽과 녹두 가는 맷돌이 동시 작업중인데, 녹두 반죽을 풀 때는 파란 바가지를 쓴다. 빨간 색 앞치마와 목장갑에서 가히 일당백은 될 것 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뒤집개 옆의 가위로 4등분, 2등분해 접시에 담는다.
보통 두 사람이 가면 빈대떡과 고기전을 각각 하나씩 시킨다고 해서 우리도 넷이 두 개씩 시켰다. 빈대떡은 네 조각, 고기전은 두 조각으로 나온다. 물론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막걸리나 소주를 함께 시킨다.^^ 맛은 있었지만, 기름끼가 강해 나처럼 이런 부침 음식 좋아하는 사람도 추가로 더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느끼했다. 음료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동생의 덧붙인 말이 재밌다. 학교 다닐 때나 졸업하고서 후배들에게 술을 사 줄 일이 생기면 이 시장으로 데려와 일단 빈대떡부터 먹였단다. 저렴하면서 맛 좋은 안주에 허겁지겁 집어먹던 이들도 나중엔 느끼해서 다른 건 별로 안 먹게 된다는 경제적인(?) 인심 쓰기를 여러 번 활용했다고 한다. 술꾼들의 생활의 지혜 되시겠다.
반찬으로 김치와 양파 간장 절인 게 나왔고, 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이미 안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이 시장에서 빈대떡 파는 집이 이 집만 있는 게 아닌데, 잘 되는 집은 입소문을 타고 늘 이렇게 북적댄다. 마약김밥도 하고 많은 집들 가운데 줄서서 기다리는 집이 꼭 한 집 있다.
순희네는 실내 홀이 있지만, 이 시장의 많은 가게들은 시장 한가운데에 조리대 겸 상을 두 개 붙여서 사방으로 의자를 놓고 손님을 받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어떻게 보면 이런 집이 더 분위기가 있어 보이고, 실속도 있을 것 같은데, 다음엔 이런 데 앉아봐야겠다.
마침 바로 앞 가게엔 손님이 달랑 하나뿐이다. 소주 한 병에 굴전을 비롯해 단골손님의 기호를 아는 여주인이 부지런히 전을 부치면서 동시에 따뜻하게 손님의 말벗이 되어 준다. 오랜 단골일 듯 싶은 저 손님이 받는 대접은 비록 소주 한 병에 전 몇 조각일지언정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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