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대장 동이
Posted 2012. 4.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중국 남방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 살면서 봄 가을에 한 번씩 집에 들리는 동생이
제수씨와 함께 한 달 열흘 우리집에 머물다 갔다. 마침 시애틀 사는 누이도 동생 부부도
볼 겸 열흘간 어머니를 뵈러 오기도 해서 모처럼 삼형제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네 살 아래인 동생과는 결혼하기 전까지 한 방을 썼지만, 내가 이기주의에 가까운
개인주의자이기도 했거니와 결정적으로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교회에 열심을 내는
바람에 형으로서 살뜰하게 돌봐준 기억이 별로 없다.
그 동안 어머니가 일주일 정도 와 계시다 가시거나 다른 손님들이 이삼일 짧게 머물다
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한 달 넘는 장기 체류는 처음이었다. 마침 g가 쓰던 방이 비어있기도
해서 다른 데 머물겠다는 걸 오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서로 좋은 시간을 가졌다. 나야
동생이니까 마냥 좋았지만, 로즈마리의 윤허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석(錫) 자 돌림에 동녁 동 자를 쓰는 동생을 우린 동이라고 불렀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의 블로그 이름대로 산악대장으로 부르는 것 같다. 나와는 달리 대학시절부터 산에 다니고,
5천m대의 중국 설산(雪山)도 다녀온 마운틴 매니아인데, 몇 달 전에는 중국여행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중국여행 나침반(http://cafe.naver.com/chinacompass)이란 네이버 카페를
후배들과 오픈했다.
두 주 전 처음으로 산을 같이 가 봤다. 팔당에 있는 예봉산을 다녀왔는데, 집앞 검단산보다
낫다고 했다. 프로급에 아마추어가 걸음이 너무 처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베테랑답게 보조를
맞춰주었다.^^ 광장시장 가자면서 고교 시절 이후 안 다니는 교회도 데려갔는데, 별 감흥은
없는 것 같았다.
이번에 내가 동생에게 받은 신선한 충격 하나는, 집에 있는 동안 거실 책꽂이에서 여러
권을 꺼내 읽고 갔다는 것이다. 책을 좋아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시내를 오갈 때나 자기 전에
누워서 책을 읽는 등 열 권 정도를 읽고 갔다. 오랫동안 산에 다니면서, 다른 나라에 떨어져
살면서 책과 친해진 것 같았다. 다른 얘기도 많이 나눴지만, 책 얘기도 간간히 나눴다.
'I'm wandering > I'm a pedestri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수터 물바가지 (2) | 2012.04.27 |
---|---|
쓸쓸한 정상 (2) | 2012.04.24 |
모형 개량 청계천 판잣집 (2) | 2012.04.04 |
청계동천 나들이 (2) | 2012.04.03 |
등산로 구급함 (3) | 2012.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