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
Posted 2012. 5.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봄꽃들이 다 져버린 요즘은 산에서 꽃을 보기가 어려운데, 수요일 점심 때 모락산을
오르던 중에 흰꽃이 보이길래 가까이 가 보니 꽃은 커녕 새똥 자국이었다. 근방을 날아
다니던 새 녀석이 급했던 모양으로 아무 데서나 일을 봤나 보다.^^ 새의 배설물 성분이
뭔지는 몰라도 잘 안 씻겨지는지 초록잎에 달라붙어 꽃 행세를 하고 있었다.
않은 생각이 들려는 찰나, 땅바닥은 물론 벤치 위에도 새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땅바닥의 새똥은 피해 가거나 밟으면 그만이지만, 벤치의 새똥은 그냥 굳어 떨어질
때까지 두거나 닦아내야 했는데, 앉기에 지장은 없지만 오래 자국을 남겼다.
갑자기 산에 사는 많은 새들이 어디서 볼일을 보는지 궁금해졌다. 그러고보니 새들이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똥을 날리거나 갈기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지난 오육년 간 산에
다니면서 새똥을 맞아본 기억이 두어 번 될까 말까 하니 말이다. 흰색과 노란색을 한 번씩
맞아본 것 같다.^^
혹시 해서 작년에 돌아가신 엉클 존(John Stott)이 새를 관찰하며 묵상한 <새, 우리들의
선생님> - 원제는 The Birds Our Teachers: Biblical Lessons from a Lifelong Bird Watcher
이다. 정말 좋은 책인데 아쉽게도 너무 일찍 절판이 돼 구하기 어려운 책이 됐다 - 을 다시
훑어봐도 새의 번식이나 노래, 먹이, 날개짓 등에 대한 묵상은 있어도 배설에 대한 챕터는
안 보인다.^^ 사람도 그렇지만 모름지기 Input도 중요하지만 Output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한 법인데. 앞으론 새똥 철학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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