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하는 그림자놀이
Posted 2012. 5.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누가 그랬다. 혼자 하는 건 즐거움(悅)이고 함께하는 건 기쁨(樂)이라고. 곰곰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말이다. 주중 산책도 그러하지만, 주말 산행도 대부분 혼자 하는 편이니까
이런 의미에서 나는 교제의 복락(福樂)보다는 고독한 희열(喜悅)을 누리는 편이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러한 것 같다.
혼자 다니다 보면 눈치 볼 것 없고, 모든 걸 내 형편이나 상황에 맞추면 되니까 편한
점이 제법 많다. 대신에 아무래도 함께하는 데서 만들어지는 화음이나 조화, 팀워크나
시너지는 약한 편이다. 간편하고 매일 게 없는 대신 다소 심심하고 얽히고설키는 스토리는
약할 수박에 없다.
그러다보면 혼자 놀기에 익숙해지는데, 산에서 하는 혼자 놀기 가운데 그림자 놀이가
은근히 재밌다. 이 놀이를 하려면 다른 건 별로 필요없지만, 단 한 가지, 햇볕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평평한 길이나 바위 같은 데가 그림자 만들며 놀기에 딱 좋다.
지난주일 아침 예빈산 직녀봉 가는 길에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전망 좋은 바위를
만났다. 아래로 팔당역과 한강, 팔당대교에 이어 길 건너 우리집과 저 멀리 서울까지 보이는
쉬어가기 좋은 포인트다. 오른손으로는 카메라를 잡고, 왼손은 들어서 한강 방면을 가리켜
봤다.
직녀봉에서 내려올 때는 율리고개 방면으로 왔는데, 이 고개는 완만한데다 계곡을
끼고 있어 예봉산 가는 사람들이 바로 올라가는 코스 말고 애용하는 코스 중 하나이다.
아직 9시가 안된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오가는 이들이 별로 눈에 안 띄었다. 이럴 때가
혼자 놀기 좋은 때다. 다시 손을 뻗어 폼을 재 봤다. 그림자 속의 나는 젊고, 늘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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