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U Ready?
Posted 2012. 7. 2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이번에 미국 서부여행을 하기 전에 대략 예년의 경우처럼 코스타 이야기와 버무려 한 달 정도 써 내려갈 만한 꺼리들을 보고 듣고 얻게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른 때보다 여정이 조금 길었고, 하나도 가기 어려운 대협곡이 있는 국립공원 세 곳을 비교적 알차게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 재료가 많아 아무래도 조금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iami가 6개월만에 만난 g와 베테랑 하이커이자 든든한 가이드 Shiker님과 함께 서부 여행을 다녀온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할 걸 보고 왔는지 궁금들 하실 것 같아 이쯤에서 예고편을 들려드리는 게 도리일 것 같다. 그러고보니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에 첫 발을 디딘 지난주 주일부터 평소의 나답지 않게 열흘이 지나도록 그 사진을 풀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워낙 Shiker님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컸던 터라 그랜드 캐년을 비롯해 여행지에 대한 거의 아무런 사전 정보를 갖고 출발하지 않았다. 믿는 든든한 구석이 있었으니까! 여행 전의 심정을 그려보자면 아마 위 사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갈 준비 했으니 어디 한 번 막을 열어보라는, 보여주는 만큼 즐길 준비가 돼 있다는 특유의 삐딱한 자세 말이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그랜드 캐년을 보고, 아래로 내려갔다가 걸어 올라오고, 그와는 색다른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을 보고, 앞의 두 캐년과는 또 다른 자이온 캐년(Zion Canyon)을 보고, 그 중 한 봉우리인 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을 악전고투 끝에 올라갔다 오고, 그 계곡 내로우스(Narrows)에 가슴까지 물에 잠겨 걸어본 다음엔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평소 안 하던 점핑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몸으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여행은 차를 타고 가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볼 수 있는 행운의 순간도 있지만, 끝도 없이 펼쳐지는 까마득한 절벽길을 비바람 맞아가며 발걸음을 뗀 후에야 기진맥진할 즈음에 비로소 보게 되는 환희의 순간도 있고, 족히 45도에 육박하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사막의 열기와 갈증을 느끼면서 1km 정도 죽어라고 걸어가 온몸으로 부딪힌 끝에야 비로소 볼 수 있는 난코스도 있게 마련이다.
사진의 소재가 된 곳은 브라이스 캐년 구경을 마치고 페이지(Page)란 작은 도시로 가던 중 들린 말발굽(Horseshoe Bend Overlook)이란 재밌는 이름을 가진 곳인데,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3백 미터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도도히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장관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 도저히 그냥 서 있을 수 없었다.
깎아지른 절벽 저 아래 펼쳐지는 차라리 장엄한 풍경은 이제껏 거의 안해봤던 이상한(?) 짓을 제흥에 겨워 기꺼이 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g가 좋은, 아니 멋진 장면을 잡았다. 아마 내가 확실히 이번 여행에서 더위를 먹긴 먹었나 보다. 어떻게 저 이글거리는 황량한 모래밭에서 저렇게 폴짝 뛸 수 있었는지 지금도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니 말이다. 그래도 암만 봐도^^ 멋진 이 사진은 8×10으로 인화해 스탠드형 액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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