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트레킹2 - 압도
Posted 2012. 7. 2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그랜드 캐년에 들어왔지만, 우리가 사진에서 보던 그 그랜드한 풍경을 보려면 차로 좀 더 들어가야 했다.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높았고, 2천 미터가 넘는 곳이기도 하고 아직 오전이라 어제 라스베가스와 후버댐에서 느꼈던 더위는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우스 림(South Rim)으로 가서 펼쳐진 경치를 본 다음에 1마일 정도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간단한(?)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셔틀 버스를 타고 매더 포인트(Mather Point)로 갔다.
드디어 그랜드 캐년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됐다. 압도되는 느낌 외에는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아니, 세상에!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는 경탄과 충격이 숨쉴 틈 없이 밀려왔다. 1/10, 아니 일부만 한국에 옮겨놓아도 인산인해 난리가 날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전개되는데, 이건 도저히 카메라에 담을 게 아니었다.
거의 정신줄 놓고 구경하다가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목 좋은 곳을 찾아 막 셔터를 누르려는 찰나, 뜻밖의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등산 스틱을 세 개 가져가 둘은 g에게 주고 하나를 잡고 있었는데, 어~어 하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난간 아래로 스틱을 떨어뜨린 것이다. 한국에서도 산에 갈 때 스틱 쓰는 게 번거로워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예까지 와서 기어이 티를 냈다.
공교롭게도 천길 아래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1미터쯤 아래 암벽 사이에 들어가 걸친 상태가 됐는데, 로프 바깥으로는 절대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바로 눈 앞에(아래) 빤히 보면서도 두고 와야만 했다. 그나마 스틱을 떨어뜨렸길래 망정이지, 만약 카메라를 떨어 뜨렸다면! 으~ 그건 생각하기도 싫다.
통과의례, 수업료를 낸 셈 치기로 했는데, 평소의 나답지 않게 금세 잊고 아무일 아닌 것처럼 보낼 수 있었다. 이어지는 풍경들이 더 좋아서 그깟것쯤은^^ 아무일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있었나 보다. 사진을 클릭해 확대해 보면 왼쪽 절벽 위에서 건너편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사진은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반에 반도 반영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전날 REI에서 생애 최초^^ $130 주고 산 오클리 선글라스 - 이번엔 제발 꼭 사라고 로즈마리가 당부해 둔 터였기에 지를 수 있었다 - 가 톡톡이 위력을 발휘했다.
빛이 과다해 반사되는 햇볕에 눈이 무척 부실 정도여서 평소처럼 그냥 맨눈으로 봤다면 뿌옇게 보일 뻔 했는데, 브라운 컬러톤을 통해 보는 협곡 풍경은 정말 볼만 했다. 음~ 다들 이래서 선글라스나 고글을 착용하는 게로군. 정말 잘 샀다고 하면, 구입 후 눈밑으로 내려 온다느니, 큰 거 같다느니 하면서 차 안에서, 모텔에서 바꿀까 말까를 고민하던 모습 빤히 지켜봤던 g가 뿔날듯.^^
매더 포인트에서의 꿈같은 시간을 뒤로 하고, 도시락으로 사 온 샌드위치로 간단한 점심을 한 다음에 트레킹을 하기 위해 셔틀 버스를 타고 남쪽 카이밥 트레일(South Kaibab Trail)로 이동했다. 저 아래 보일락 말락 하는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열 몇 시간 코스는 일정상으로나 멤버 구성상 불가능했기에 Shiker님의 경험담으로만 듣고 1마일 정도 내려갔다가 되돌아오는 오-아- 포인트(Ooh Aah Point)가 우리에겐 적당했다.
Shiker님과 g가 포즈를 취했다. iami와 g, iami와 Shiker님이 찍은 사진도 있지만, 이 사진이 그랜드 캐년의 만족도를 충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골랐다.^^ 소데나시를 입은 g는 이날 트레킹을 하면서 살이 빨갛게 타올라 여행 내내 조금 고생했다. 전망대 쪽과는 달리 트레킹 길은 만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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