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사람들
Posted 2012. 10.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추석 오후에 백운대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등에 커다란 배낭을 지고 산길을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여럿 만났다. 처음엔 낮 시간대를 피해 호젓한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겠거니 했는데, 다들 침낭과 매트리스를 지닌 걸로 볼 때 야간산행을 하거나 북한산 종주, 아니면 말로만 듣던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종주 행렬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너 명 정도가 아니라 두 시간 남짓 되는 사이에 삼사십 명은 족히 봤고, 개중엔 여성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이 맨 배낭은 높이만 1m는 족히 되어보였고, 중간중간 거친 숨을 내쉬며 힘들어하는 것으로 볼 때 무게도 상당히 나가 보였다. 거의 비워 갖고 다니는 27ℓ 짜리인 내 배낭의 배는 돼 보이는 것들을 꽉꽉 채운 큰 배낭들의 무게는 그저 바라보고 그냥 들기에도 무거워 보였다.
배낭 위엔 안전 헬맷도 달려 있고, 어떤 이들의 배낭엔 로프 묶음도 보이는 걸로 볼 때 야간산행 정도가 아니라 인수봉이나 만경대 같은 바위 험산을 암벽등반하거나 릿지등반하려는 이들일지도 모르겠는데, 가벼운 주간산행, 그것도 서너 시간 반나절 산행에 익숙한 나로서는 엄두가 안 나는 그림이었다.
혼자서는 쉽지 않아 보이는 일을 여럿이 팀을 이뤄 함께 해나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저런 힘든 준비과정이 끝나면 다른 데선 맛볼 수 없는 짜릿함과 Runner's High 같은 벅찬 희열이 기다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걸 추구하는 이들 같았다. 흉내를 내거나 굳이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스쳐지나가면서 마음속으로 엄지 손가락을 세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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