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의 가을 구름

전에도 그랬던 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요 근래 하늘과 구름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에 대한 감성이 새로워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전과는 다른
구름 풍경이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설레게 하면서 산으로 발걸음을 잡아끄는 가을날이다.

특히 주중 출근길과는 달리 강북에 있는 교회를 가느라 주일 아침 미사리 길과 올림픽도로를
운전하면서 오른쪽 차창으로 보이는 아차산과 북한산, 도봉산쪽 가을 하늘은 만약 혼자였다면
핸들을 돌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는 산으로 가서 자연속에서 안식하고 예배하고픈 충동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래서 이번 개천절에는 다른 산을 제쳐두고 팔당 예봉산에 올랐다. 올 들어서는 옆에 있는
직녀-견우봉이 있는 예빈산을 가느라 몇 달만에 갔는데, 7백 미터가 채 안 되는 정상에 서면
멀리 화악산, 운악산(이 두 산은 아직 가 보지 못했는데, 정상에 오른 다른 등산객이 동행에게
손으로 일일이 가리키며 말해주어 알게 됐다^^), 천마산, 청계산, 운길산, 검단산, 용마산까지
거의 270도 조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강은 보너스로 더해진다.

예상했던 것처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나즈막한 뭉게구름군이 시원한 경치를 보여주었다.
마치 산 위 상공을 무리지어 나는 비행편대 같아보이는 이런 구름과 하늘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여기처럼 한 시간 아니라 두세 시간이라도 올라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