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ington Story 5 - Mackenzie 트레킹
Posted 2012. 12.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둘째날 오후엔 웰링턴의 해안도로를 따라 2, 30분 정도 걸리는 이스트본(Eastbourne)에 갔는데, 작은 마을엔 몇십 미터가 안 되는 길 양편으로 샵들이 있어 구경하다가 뒤로 보이는 나즈막한 산에 올라갔다 왔다. 원래 통가리로 화산 트레킹을 가려다 취소되는 바람에 급작스럽게 도시 여행이 됐지만, 산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폴모가 가벼운 트레킹 코스를 잡아놓은 것이다.
우리가 오른 길은 이스트 하버 공원으로 가는 맥켄지 길이었는데, 아래 지도의 까만 박스 세 개가 있는 해안가에서 출발해 빨간색 네모를 지나 첫 번째 별표가 나오는 지점까지 갔다가 온 길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이 길 한 바퀴를 다 돌려면 2시간 반은 걸리는 코스인데, 우린 30분쯤 올라갔다가 전망 한 번 구경한 다음에 다시 내려오는 왕복 한 시간 코스를 걸었다.
날씨가 좋았다. 트레킹 코스는 동네 뒷산 같이 가벼운 오르막길이었지만, 2, 30분을 내쳐 걸으니 살짝 땀이 날락말락했다. 조금 올라갔더니 가지를 다 쳐낸 키 큰 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리고 있었다. 가지를 쳐내지 않았다면 저 멋있는 구름을 가렸을 텐데, 하늘과 구름도 시원하게 보이고 나무도 덩달아 새로워 보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가늘고 긴 나무가 마치 덤불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역도 있었다. 뉴질랜드에 사는 사람들이 교양으로 익혀야 할 공부가 있다면 식물학(Botanic)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나라는 나무들의 천국이었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이국의 다양한 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뉴질랜드 식물을 대표하는 고사리과의 펀(fern)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해밀턴 경찰인 폴모는 선두에서 조금도 흐트러진 자세 없이 강철 체력을 자랑했고, 유도 3단의 준식은 유도선수 걸음으로 어그적거리며 조금 힘겨워 했는데, 코스타의 후유증이다.^^ 중간중간 빗물을 유도하는 나무관이 설치돼 있었다.
20분은 넘고 30분은 조금 안됐을 때 1차 목표점으로 잡았던 전망점(Lookout)에 이르렀다. Lookout은 전망이 확보되는 지점을 이르는 말인데, 차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고 여기처럼 한참 걸어 올라가야 나오는 곳들도 있다. 더 갈 수도 있었지만, 조금 힘들어하는 준식을 위해 잠깐 쉬면서 바다를 내려다 보고선 돌아내려 왔다. 우린 물도 한 병 안 갖고 맨몸으로 그냥 올라왔기 때문에 이쯤에서 돌아서는 게 맞았다.
아름다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 등산로는 시간을 내서 오를 만 했다. 도시 여행, 그것도 일분 일초가 아까운 외국에서 제한된 시간에 굳이 등산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모르는 소리다, 과감하게 한두 시간 정도 산에 올라갔다 오면 여행의 피로도 씻고, 계속 먹기만 해 찌뿌듯하던 몸도 가벼워지는 건 해본 사람들만이 누리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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