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ington Story 6 - 카페 Lemongrass에서 한국분을 만나다
Posted 2012. 12. 1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웰링턴까지 와서 계획에 없던 가벼운 등산을 하게 된 우리는 목을 축이면서 다음 일정을 짤 겸 해서 카페를 찾았다. 허브차 이름 같은 예쁜 이름을 가진 레몬그라스 카페는 몇 걸음 안쪽에 있었는데, 영어가 잔뜩 쓰인 소파가 입구에 놓여 손님을 맞고 있었다.
뉴질랜드 카페들의 디스플레이 메뉴판은 거의 이런 식으로 흑판에 컬러 백묵으로 손으로 쓴 것들인데, 어떤 집은 대여섯 줄이나 된다. 우리나라에도 Slow Garden을 비롯해 이런 메뉴판을 내건 가게들이 속속 생기는 것 같다. 커피와 다른 음료 가격이 시내보다 조금씩 쌌다.
뉴질랜드에 와선 커피에 우유 거품을 낸 플랫 화이트(Flat White)만 마셨는데, 오늘은 베리 스무디(Berry Smoothie)를 마셔야겠다. 준식도 같은 걸 시켰고, 폴은 아이스드 쵸콜렛을 시켰다. 이렇게 시키면 맛도 좋지만 블로그용으로도 그림이 좋다는 걸 폴모는 알았던 것 같다.^^
시원한 스무디를 느긋하고 맛있게 빨아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익숙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걸 소품으로 쓰는 카페는 없을 텐데, 이국 땅 뉴질랜드의 어느 이름 모를 카페에서 보니 반가웠다. 밥 공기 네 개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설탕통으로 재활용하고 있었다. 밥공기가 이국 땅에서 대접 받고 있었다.^^
오래된 낡은 피아노가 홀 한 가운데 놓여 있었다. 악기라기보다는 정원의 풍경을 이루는 관상용 소품처럼 보였다. 조율한 지 오래됐겠지만, 대수랴. 음악을 알고 삶을 즐기는 누군가가 앞에 앉아서 뚜껑을 열고 연주하면 이내 분위기에 어울리는 선율을 들려줄 것 같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종종 그러지 않을까.
코스타 국후담과 등산 등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주인이 한국 사람들을 만나 반갑다면서 커피를 대접해 주셨다. 오래 전에 이민 와서 웰링턴에만 20년 사신 이 분은 마침 영업 시간도 다 되고 해서 자연스럽게 우리 테이블을 찾으신 것이다. 웰링턴에 살았던 코스타 간사들이 이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폴이 이름을 대자 잘 아신다고 했다.
유진 피터슨과 리처드 포스터의 책까지 읽은 이 인텔리 여성은 우리와의 대화가 흥겨우셨던지 저녁까지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비행기 시간 때문에 조금 뒤엔 일어서야 한다고 하자 서둘러 나가시더니 길 건너편 가게에서 카레 롤까지 들어간 피시 앤 칩스 4인분을 시켜 싸 갖고 오셨다. 결국 맛도 좋고 양도 많았던 게 우리가 웰링턴에서 먹은 마지막 저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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