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구름 진짜 구름
Posted 2013. 2.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때가 있다. 이런 날 산에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노라면 먼 데 있는 산봉우리들도 윤곽을 드러내면서
고만고만한 성냥갑 아파트들만 잔뜩이던 도시가 실은 완만한 곡선미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분주하기만 하고 제 잘난 멋에 취해 사는 도시의 직선도 느긋하고 모두를 품는
자연의 곡선 아래 보호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날 사인암에서 관악산을 바라보는데, 평촌신도시 끝짝의 열병합발전소에서
인공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의 꼬리였지만, 탁 트인 산정에서 내려다
보니 마치 도시가 세로로 길게 구름을 막 생산해 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자연의 고요함을
가만 놔두지 않고 시샘하고 도발하는 도시다웠다.
며칠 뒤 역시 맑은 겨울 하늘이 일품이던 날, 하산길에 전망대에서 청계산부터 백운산까지
하늘 위를 날아가던 흰 구름이 정상 바로 위에 머물러 서 있었다. 신기했다. 이 구름이 어떻게
지금 머물러 있는 산이 백운(白雲)산이란 걸 알았을까. 아마도 유난히 흰 그름이 많이 머무는 산이라
이런 이름을 얻게 된 건 아닐까. 산을 찾는 이들에게 거저 주는 소박하지만 인상적인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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