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길
Posted 2013. 3.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콘크리트나 보도 블럭이 많이 깔린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옛날 골목길들은 비가 많이 내린
뒤나 눈 오고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발 딛기 어려운 진창을 이루곤 했었다. 겨울이 끝나가는
이즈음의 산길에서도 자주 만나는데, 발 딛기도 조심스럽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질퍽한
흙이 튀어 옷에 묻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눈길로 덮여 있던 사인암 올라가는 길도 올겨울 두세 번 날씨가 급변하면서 몹시 험한
정도는 아니어도 언 땅이었다 진창길이 되었다를 몇 번 반복했다. 질기만 하면 피해 가면
그만인데, 미끄럽기까지 한 곳도 있어서 특히 하산길엔 한 걸음 한 걸음 신경을 제법 써야
낭패를 면할 수 있지만, 아차 하는 사이에 한두 번쯤은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정도는 다닐만한 길이 됐다. 그 중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은 누군가가 삽으로 주변의 낙엽이나
흙을 퍼서 진창길을 메꿔 놓은 구간도 보인다. 이 정도만 돼도 다닐 만 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삽을 제법 깊이 박아 질지 않고 된 흙을 파다 뿌려 놓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가 이런 좋은 일을 했으까? 어쩌면 한두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언제 이런 수고를 했을까?
아마도 이른 아침, 아직 등산객들의 방문이 뜸해 한적한 시간에 서둘러 일을 마치고 부지런히
내려갔을 것 같다. 봄이 마냥 그냥 오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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