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꼭대기
Posted 2013. 4.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쌓이면 10분이 더 걸린다. 이젠 익숙해지고 수월해질 법도 하지만, 산길을 오르는 일은 언제나
땀이 흐르고, 맥이 가빠지고, 꾀가 나고, 진이 빠지면서 발이 후덜거린다. 처음 5분이나 10분의
흔들리고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고 다리에 힘을 줘야 그 다음이 가능하다.
거의 매번 꾀가 나지만 그래도 거의 매번 어떻게든 올라가게 된다. 일단 올라서면 확보되는
시야가 좋기 때문이다. 아주 청명한 날도 좋지만, 적당히 구름 낀 날도 괜찮으며, 온통 안개나
구름으로 뒤덮인 날도 나쁘진 않다. 각기 그 나름대로의 풍경과 그 순간의 느낌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느끼거나 맛볼 수 없었던 그 무엇 말이다.
처음엔 나도 저렇게 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숨을 고르면서 주변 경치를 둘러보곤 했다.
다행히 이 바위는 서너 명이 둘러앉을 만한 평평한 공간이 있어 먼저 온 이가 앉거나 서서 쉬고
있어도 다음 사람이 한두 걸음 떨어져서 앉거나 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물론 바람이 몹시
부는 날엔 살짝 겁이 나기도 하지만, 저 위에서 둘러보는 탁 트인 느낌은 일품이고 압권이다.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긴 해도 대개는 1-2분, 길어야 3-4분 정도 머물다가 내려와
바위 옆 벤치나 한가친 곳에 앉아 뭘 먹거나 마시면서 일행들과 담소를 나눠 저 위는 거의 언제나
비어 있게 마련이다. 먼저 올라와 서 있다가도 뒤에서 누군가 올라오려는 기색이 보이면 대개는
편히 구경하게 하기 위해 자리를 선뜻 비켜주곤 한다. 아마도 오랜 기간 한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사람을 기다리고 맞아준 바위를 닮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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