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분식집 김가네
Posted 2014. 9.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점심 먹으러 나가는데, 사무실 문에 근처 분식가게에서 돌린 손바닥만한 메뉴판이 꽂혀 있었다. 김밥 가게로 한때 이름을 날렸던 김家네였다. 요즘은 별로 안 하지만, 옛날엔 마감 때 야근을 종종 했는데, 식당 가는 것도 귀찮고 갔다오는 시간도 줄일 겸 겸사겸사 주문 배달식당을 이용하곤 했는데, 그때 자주 애용하던 집이다. 김밥천국, 명인만두 등 경쟁사들이 생기기 전까지 이 업계에서 손꼽히던 브랜드였는데, 요즘은 조금 뒤처진 것 같다.
상호답게 김밥류를 중심으로 라이스류-면류-볶음/탕류 등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 아래 수십 가지 메뉴를 자랑하는데, 모듬김밥과 돈가스김밥 등 김밥만도 열 가지가 넘고, 김치볶음밥을 필두로 각종 찌개를 내는 라이스류는 30종 가까이, 라면과 쫄면 등 면류는 자그마치 40종 가까이 되니 그야말로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못 만드는 거 빼곤 다 만드는, 이 집에 없는 건 다른 집에도 없는 버리이어티 분식집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 집에서 종종 시켜 먹었던 건 콩나물과 고춧가루가 들어가 얼큰시원한 맛을 내던 짬뽕라면과 분식집의 레전드 메뉴 쫄면 중 하나에 다른 사람이 시킨 김밥 몇 개를 곁들이는 거였다. 라면엔 공기밥이 딱일 것 같지만, 김밥 서너 개랑 같이 먹는 것도 별미였다. 한두 개는 조금 적고, 한 줄을 다 먹기엔 못 먹진 않지만^^ 라면이나 쫄면이 있어 조금 부담스럽다.
크건 작건 어떤 음식점이 메뉴를 많이 만드느냐 적게 만드냐는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를 것이다. 대표 메뉴, 간판 메뉴, 1번 메뉴를 중심으로 가장 잘하는 것 몇가지만 변함없이 만들어 내는 게 맛과 실력이 있어 보이지만, 수십, 수백종의 다양한 메뉴를 제시하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 또 뭐라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다양한 소비자 고객님의 취향과 변화무쌍한 혀끝 입맛에 신속하게 대응, 장사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주방 인력이 십수 명 되는 대형식당도 아니고, 보나마나 한두 명, 아니 가족 중 한 사람은 혼자서 주방을 책임지고, 또 다른 사람은 서빙과 전화주문, 오토바이 배달을 도맡아 (해야) 하는 소규모 식당이겠지만, 이들의 약간은 신들려 보이는 음식제조 기법은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새로 생긴 황제짬뽕집 가느라 발걸음이 뜸했는데, 언제 한 번 가서 쫄면 하나 먹어줘야겠다. 음~ 근데, 졸면도 어느새 5천5백원이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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