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같은 호박
Posted 2014. 10.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양평에 사는 두 가정과 교회에서 하는 가정교회란 소그룹 모임을 한 지도 석 달이 됐다. 그 중 한 가정이 셋째를 낳는 경사가 있었는데, 덕분에^^ 매주 모이던 걸 격주로 모이고 있다. 지난 주엔 결혼 5년차에 접어든 가정이 자기집에서 모이자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갔다 왔다. 국수역 굴다리 지나면 나오는 집인데, 양평 청계산 갈 때 지나던 길이었다.
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있는 이 부부는 마음도 착해 모일 때면 옥수수며 고구마 등을 나눠 주기도 해서 정이 더 들고 있다. 지난주엔 마치고 나오는데 문앞에 폭탄처럼 커다란 호박이 놓여 있는 게 보이길래, 아무 생각없이 야, 이거 미식축구 공처럼 생긴 게 던지면 들고 뛰어도 재밌겠다, 는 농담으로 다들 한밭탕 웃었는데, 이내 갖고 가시란다.
이웃집에서 얻었는데, 자기네는 식구도 적고, 해 먹을 시간도 없어 처치 곤란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는 거다. 그러면서 떠밀듯이 안겨주어 얼떨결에 차에 싣고 왔다. 두 뼘이 넘으니 길이가 40cm가 더 되는 큼지막하고 묵직한 놈이었는데, 다음날 잘라 보니 단면도 20cm는 족히 돼 보였다. 너무 커서 어찌 할까 하다가 마침 어어니를 뵈러 온 동생네에 반을 주고, 나머지 반통으로 찌개에도 넣고 이것저것 해 먹기로 했다.
이런 농작물에 조예가 있기는커녕 기본 상식조차 없이 그저 먹기만 탐하는 나는, 일단 크기만 봐선 호박죽 해 먹으면 딱이겠거니 했다가, 그건 단호박으로 하는 거란 핀잔을 들어야 했다.^^ 오잉~ 그렇지, 애호박, 늙은호박 말고 단호박이란 게 있었구나. 체면은 구겼지만, 건네준 호의를 생각해서라도 뭘해 먹든 맛있게 먹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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