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구이와 퀘사디야
Posted 2014. 12.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주말에 괴산에 사는 동생네가 올라와 남한산성 북문-서문-남문을 함께 걷고 불당리에 있는 주먹손두부집에서 두부 철판과 두부 전골을 먹었다. 2만3천원 받는 전골은 가격 대비 별로였지만, 예상했던 대로 철판엔 환호하며 맛나게 먹어치웠다. 그새 2천원을 올려 만2천원을 받는 건 조금 맘에 안 들지만, 맛있어서 참아준다. 2천5백원 하는 두부를 네 모 사서 두 모씩 나눴다. 조금 작지만 맛은 있다.
동생네가 어머니를 며칠 모시겠다고 해서 내려간 다음날 주일 브런치로 두부를 굽고 퀘사디야(Quesadilla)를 만들어 먹었다. 콩기름으로 구워도 맛있지만, 들기름을 넉넉히 둘러 구으니 기름 냄새가 주방에 진동한다. 나는 두부를 뒤집고 접시에 담고, 아내는 또띠야에 닭가슴살과 피망, 치즈 등을 얹어 구워내는 퀘사디야를 두 판 만들었다.
두툼한 두부 구이를 처음 먹어본 건 어렸을 때 명절 날 큰집에 가서 제사 드릴 때였다.두툼하고 길다란 두부를, 그것도 다 식은 것을 한두 조각씩 얻어 조선간장에 푹 찍어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두부는 보통은 조림을 하거나 찌개에 넣은 걸 먹거나 순두부로 먹었는데, 결혼하고 아내가 두부 구이를 접시 안쪽에 가지런히 담아내는 두부 김치를 종종 해서 온 식구가 편하게 먹고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
언제부턴지 우리집에 손님이 오면 간단한 애피타이저로 내는 퀘사디야는 열이면 열 반응이 좋은데, 생각보다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아 자주 해 먹는다. 마트에서 25cm 정도의 또띠야(Tortilla)를 사서 냉동실에 두었다가 프라이팬으로 몇 장 구워 이런저런 토핑을 얹고, 다시 또띠야 한 장을 얹으면 끝나는 간편식이다.
기호나 취향에 따라, 혹은 준비된 재료에 따라 김치, 버섯 등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만약 내가 만든다면 햄과 감자와 양파를 주재료로 쓸 것 같다. 이러면 달걀 대신 또띠야로 마감한 오믈렛 맛이 날 것이다. Anyway, 가위로 여덟 조각을 내는데, 급할 땐 그냥 4조각을 내서 피자처럼 들고 먹어도 된다. 맘 먹고 먹으면 혼자 두 판은 해치울 것 같은데, 가정경제와 품위유지를 위해 서너 조각에 만족해야 한다.^^
한 달 전쯤 가정교회 함께하는 양평 사는 젊은 친구가 커다란 배추를 한 포기 들고와 물김치를 담았는데, 알맞게 익어 곁들여 먹으니 절묘한 궁합이다. 다 먹고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면 웬만한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훌륭한 로즈마리네 브런치가 된다. 감상만 말고 둘 다 혹은 둘 중 하나를 아무 재료로나 시도들 해 보시길.^^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갈비 구이 (2) | 2015.01.06 |
---|---|
매생이굴국수 (2) | 2015.01.05 |
불맛 끝내주는 촌닭불고기 (2) | 2014.12.15 |
폭탄 같은 호박 (2) | 2014.10.17 |
함경도 가자미 식해 (10) | 2014.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