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굴국수
Posted 2015. 1.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작년 마지막날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콘서트를 보게 돼 광화문에서 송년 디너를 하게 됐다. 기분학상 칼질을 해야 마땅했지만 칼바람이 부는 날씨였는지라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했다. 마음이 통했는지, 콘서트 관람 기회를 주선한 g가 떡국 잘하는 집이 있다면서 엄마빠를 이끌었다.
떡국과 국수 전문점이었는데, 내일 집에서 신년 런치로 떡국을 먹지 않을까 싶어 떡국 대신 국수를 시켰다. 8천원짜리 쇠고기, 해물 떡국이나 국수를 주로 하는 집인데, 1-2천원 더 받는 매생이 넣은 것도 있어 매생이굴국수와 떡국, 굴국수를 하나씩 시켰다.
주문하고 10여 분이 지나 개인별 트레이에 담겨 나왔는데, 기본 사골 베이스에 들어간 재료로 봐서 맛은 당연히 있었고, 거리의 차가운 바람에 살짝 얼었던 몸이 뜨거운 국숫발에 기분 좋게 녹아내렸다. 김치 3종에 심심한 장조림이 찬으로 함께 나왔다(중간에 한 번 넉넉히 리필해 주었다).
매생이는 뜨끈한 국물과 잘 섞였고 큼지막한 굴이 여러 개 들어가 씹는 맛이 있었다. 국수나 만두집에 가면 조금씩 떠 먹으라고 작은 접시나 그릇을 주는데, 훌훌 후루루룩 잘 먹는 나는 거의 사용 안 한다. 대신에 다른 사람이 시킨 걸 얻어 먹는 데 사용하는 센스.^^
저녁때라 손님이 끊이질 않아 10여 분을 서서 기다리다가 빈자리로 안내 받았고,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계속 입으로 하얀 김을 내붐는 손님들이 들이닥쳐 대기했는데, 떡국과 국수만 하는 집도 이렇게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점심 때도 근처에 회사가 많고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데라 비슷한 풍경이 연출될 것 같다.
정말 그런 풍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쪽 벽에 떡국을 먹으면 부자되고, 국수를 먹으면 장수한다는 말이 써 있는데, 부(富)와 수(壽)를 한꺼번에 갖다 주는 칼제비(칼국수와 수제비 섞은 것) 같은 떡국수는 없는 걸까?^^ 새봄이란 가게 이름도 상큼한데, 옛 광화문 지하도 나와 세종문화회관 가는 골목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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