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둔 나무
Posted 2015. 1.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작년 가을부터 남한산성 벌봉에서 한봉 가는 길을 오르내리는 재미를 붙였다. 하남과
광주의 경계를 이루는 은고개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엄미리 계곡 등산로로 산성에 오르면서
그날그날 마음내키는 대로 벌봉이나 한봉 중 하나로 방향을 잡아 올라갔다가 돌아
내려오는데, 두 시간 정도의 등산과 산책을 즐길 수 있어 딱 맘에 들었다.
남한산성은 은고개 말고도 워낙 가는 길이 많고 어느쪽으로 가든지 다 좋은데,
그 중에서도 벌봉의 생김새를 살피며 쇠락한 산성의 벽돌들과 함께 한적한 산성 안의
샛길들을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주 다니다보니 지형도 슬슬 눈에 익고 풍경도 친근해
졌는데, 벌봉에서 한봉 가는 길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잎이 다 떨어져 무슨 나무인지 알 순 없지만, 이상하게 올 때마다 이 나무에
눈길이 가고 살펴보게 됐다. 하긴, 잎이 무성해진 여름에 보더라도 이 나무 이름을 제대로
알아내는 건 내겐 조금 벅찬 일인데, 그래도 신록이 빛나는 오뉴월이 되면 다른 이들에게
물어서라도 나무 이름을 알아내고, 내 나름대로 이름도 불러줄 생각을 하고 있다.
성곽이 보이는 방향으로 바라볼 때 오른쪽에서 한 번 꺾고 다시 왼쪽으로 한 번 꺾어
올라가는 모양새도 재밌는데, 거의 곧게 길게 뻗어 있는 왼쪽 가지와 새총 모양을 하고
있는 오른쪽 두 가지가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큰 키를 자랑한다. 산성을
돌아다니다 보면 훨씬 크고 멋진 나무들도 많은데, 유독 이 나무가 마음에 들어온 걸
보면 뭔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게 뭔지는 계속 다녀봐야 알 것 같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찌라시 다리, 찌라시 나무 (2) | 2015.02.05 |
---|---|
위험천만 (2) | 2015.01.30 |
다른 용도 (2) | 2015.01.25 |
얼음이 얼었던 자리 (2) | 2015.01.23 |
눈길 양지길 (0) | 2015.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