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싸 먹는 포항 과메기
Posted 2015. 1.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가정교회에 포항이 고향인 가정이 있는데, 연초에 며칠 내려갔다 오면서 포항 명물 과메기를 가져와 식구들을 초대했다. 특히 지금까지도 짬짬이 물일을 하신다는 모친께서 직접 말리신 거라 이제까지 먹어본 과메기들 가운데 최상품이고, 포항에 내려가 잘하는 집에서 먹는 것에 전혀 손색 없는 퀄리티였다.
과메기는 포항 구룡포 일대에서 12월에서 1월 이맘 때 청어나 꽁치를 대가리와 등뼈, 내장을 빼고 사나흘 정도 말려서 꾸덕꾸덕해진 걸 말하는데, 생물 상태보다 DHA와 오메가3가 풍부해진다고 한다. 처음 맛보는 이들은 약간의 비린내로 고생하기도 하지만, 좋은 과메기는 거의 비리지 않고, 일단 맛을 들이면 없어 못 먹는다.
먹기 전에 주인장이 식탁에서 과메기 꾸러미를 펼치고 김치처럼 척척 손으로 찢어 먹기 좋게 접시에 담는데, 척 보기에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과메기는 솔잎에 쌓여 있었는데, 옛날 추석 때 가마솥에 송편 찔 때 솔잎 넣는 건 봤어도 과메기에도 솔잎 쓰는 건 처음 봤다. 이 또한 기대감을 마구 부채질했다.
그리고 구룡포 물미역과 쪽파 그리고 네모로 썬 김에 초고추장이면 모든 준비 끝, 폭풍 흡입 먹방 시작이다. 그 전에 주인장의 시범이 있었다. 젓가락을 쓰지 않고 그냥 손만 써서 김에 물미역과 쪽파를 얹고 그 위에 길다란 과메기를 접어 놓고 둘둘 말아 초고추장 찍어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어주면 됐다. 취향에 따라 물미역으로 김을 둘둘 말아 먹어도 되는데, 김 안에 넣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손으로 싸 먹는 과메기쌈, 이거 가히 환상적이었다.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 어찌나 좋던지 하마터면 밥과 김치도 손으로 집어올 뻔 했다.^^ 아마 이래서 동남아나 인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밥을 손으로 집어 먹고, 일본 사람들이 스시를 손으로 먹는 모양이다. 집에서 비슷한 메뉴가 나오면 젓가락 안 쓰고 손으로 먹어봐야겠다.^^
솔잎 때문이 아니더라도 하나도 안 비리고 향긋한 향이 났다. 어른 여섯에 여중생 하나가 과메기 20마리를 깨끗이 비웠다. 이렇게 잘들 드시는 줄 몰랐다면서 다음엔 더 갖고 오겠단다. 앱솔루틀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구동성으로 중요한 모임이 하나 결성됐다. 앞으로 매년 1월 초엔 과메기 데이를 갖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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