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나가는 가나안 성도
Posted 2015. 2. 10.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작년 말에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청어람 양희송 대표의 두 번째 책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포이에마, 2014)을 읽었다(강영안 선생과 함께 낸 대담집도 있긴 하다). 2012년에 처녀작 <다시, 프로테스탄트>(복 있는 사람)를 내기 전부터 잡지글과 강의 등으로 필명을 얻고 있던 이 공대 출신 40대 사상가는 도발적인 두 권의 책으로 한국교회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키고, 향후 행보를 단단히 주목 받기에 이르렀다.
나오자마자 읽었어야 했지만, 조금 뜸을 들이다 읽었는데 우선 가나안 성도의 어원을 최근 몇 년 사이에 두지 않고 70년대 함석헌 선생에 두고 있다는 게 신선했다. 그리고 교회에 안 나가 가나안 성도라 지칭하게 된 이들이 단지 소속해 있던 기존 교회를 나왔을 뿐이지 기독교 신앙을 버린 건 아니란 걸 강조하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전체적인 구성은 각 3장씩 할애한 현상학-사회학-신학 3부로 깔끔하게 나누고,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짚어 2백 면이 채 안 돼 술술 읽힌다. 그러나 광범위한 분석과 다양한 진단을 필요로 하는 현재진행형 이슈라는 점에서 문제 제기(Issue Fighting)를 넘어 한국교회가 취약한 교회론 전반을 재검토하는 등의 공감대를 이루는 어떤 묵직한 해법이나 대안까지 제시하는 책은 아니란 한계도 읽혀졌다.
내 주위에도 시나브로 가나안 성도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했)고, 어쩌면 성향이나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나도 은근히 잠재적 가나안 성도가 될 가능성이 제법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문제 제기와 현상 논의는 충분히 반갑고 공감이 된다. 성인용 기독교가 필요하다든지(6장), 에클레시아의 재구성(8장) 등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책과 더불어 좀 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얼마 전 즐겨 듣는 팟캐스트인 창비의 <라디오 책다방>을 진행하는 김두식 교수가 작년에 나온 책들 가운데 몇 권씩 꼽는 순서에서 이 책을 꼽아 이런 책의 존재 자체를 알 리 없는 비기독교인 패널들을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는데, 이 책을 꼽은 이유를 말하자 이내 그런 책이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게 한 적이 있다. 교회 안 다니는 이들, 특히 지식인들도 읽을 수 있는 기독교 서적 가운데 하나쯤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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