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 약수터
Posted 2015. 2.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팔당 예봉산은 7백 미터가 채 안 되는 적당한 높이의 산인데, 팔당역에서 올라가는
주등산로상엔 이렇다 할 약수터를 찾기 어렵다. 덕소 쪽에 가까운 샘재고개 쪽에서 오를
때 하나 본 걸 빼면 팔당이란 한강변에 붙어 있는 산치곤 약수 인심이 야박한 편이다.
물론 율리고개로 갈 때 물 좋은 시내가 흐르긴 하지만, 약수는 아니다.
여러 번을 갔어도 약수터를 못 찾다가 두어 해 전에 등산로 초입을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약수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것도 등산로에서 살짝 옆으로 20여 미터 들어간
곳에 있는데다, 아무런 표시가 없어 오래 다닌 이들 아니면 약수터의 존재를 알 도리가
없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에도 올라갈 때는 그냥 지나쳤다가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전에는 없던 세련된
모양의 벤치가 생겨 잠시 걸음을 멈추었는데, 그 길이 약수터로 가는 길이었다. 벤치를
조금 지나 서 있는 나무 기둥에 누군가가 약수물이란 글씨와 화살표를 그려 놓아
그리로 조금 더 가면 숨어 있는 작은 약수터를 만날 수 있다.
숨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약수터는 거의 쓰러져 가는 행색을 하고 있어 얼핏
보면, 이거 약수터 맞나, 할 정도로 초라해 보인다. 지붕이라고 만들어 놓은 게 워낙
부실해 보이지만, 그래도 전에 없던 파이프가 설치돼 있고, 낡아 보이지만 생수통으로
약수가 나오는 파이프를 보호하고 있었다. 한쪽엔 햇반 용기 하나가 뒤집혀진 채로
놓여 있어 물 떠 먹는 바가지 대용으로 쓰이는 것 같았다.
물은 약하게 졸졸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가져 간 물도 안 마신 터라 이번에도 물맛은
안 봤다. 역시 약수가 제격인 때는 한여름을 전후한 땀이 많이 나는 날들이다. 배낭에
갖고 간 물보다 시원하기로나 기분학상으로나 쾌감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약수터가 있을 테고, 거기서 목을 축이면 되겠거니 했다간 낭패 보기 쉽다.
약수는 약수대로, 준비해 간 물은 또 그대로 효용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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