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상담
Posted 2015. 2. 11.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고맙게도 오래 전에 일했던 IVP에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계속 보내주어서 좋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한 달에 두어 권씩은 받으니 1년으로 치면 몇십 만원 어치를 무료로 받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가끔 서평도 쓰고, 코스타나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책 소개를 하거나 북 테이블(Book Table, 서점에 잘 안 가는 이들을 위해 책을 엄선해 전시, 판매하는 이동식 간이 서점) 선정도 하지만, 받는 것에 비해선 조금 약소하다.
올해도 벌써 두 번에 걸쳐 다섯 권을 받았다. 그 중 제목이 비슷한 얇은 책 두 권을 먼저 읽었다. <일상 상담>은 카린 슈톨레츠키(Karin Stoletzky)란 독일 여성이 썼고, <일상 교회 Everyday Church>는 팀 체스터(Tim Chester)란 영국 남성이 쓴 책이다(공저자가 있다). <예수님이 차려주신 밥상 A Meal with Jesus: Discovering Grace, Community, and Mission around the Table>과 <교회다움 Total Church> 등도 썼는데, 영국 IVP 대표인 브라이언 윌슨이 존 스토트 다음으로 강력 추천하는 저자란다.
그 중 더 얇은 책부터 이야기하자면^^, 주로 영미 저자들에 익숙한 우리에게 묵직한 신학 저술들을 제외하면 독일 저자들, 그 중에서도 여성 저자들의 책을 접할 기회는 흔치 않았는데, 같은 출판사에서 재작년에 비교 의식에 대해 쓴 코넬리아 마크(Cornelia Mack)의 <네 모습 그대로 괜찮아>도 얇고 쉽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자꾸 밑줄을 긋게 만드는 뭔가 다른 관점이 보여 흥미롭게 읽은 바 있다.
카린은 일상 상담은 별 다른 게 아니라 서로 함께 서로를 위해 영적 우정을 나누는 것인데, 이는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경청에서 시작된다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 하지 못하는 평범한 이야기로 생각을 연다(이런 게 고수들의 특징이다^^). 경청이 쉽지 않은 건 분산되지 않은 주의(undivided attention), 즉 상대에 대한 헌신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란 대목에서 무릎을 치게 만든다.
물론 메마른 일상에서 서로를 돌보는 일이 경청 하나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기에 카린은 멘토링이라든지, 동행하며 격려하고 서로 짐을 나눠진다든지, 용서나 위로 등 그 다음에 따라야 할 것들도 실제적인 사례들과 함께 조근조근 들려준다. 그렇지만 역시 이 책의 백미는 일상 상담의 의의와 그 결정적 요소인 경청에 대한 보석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무 쪽 남짓한 1-2장이었다.
휴스턴의 최영기 목사님과 와싱톤의 김영봉 목사님이 추천사를 썼는데, 이 분들의 감식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자 그대로 서로 말을 해야 하는 상담(相談)은 하는 거나 받는 것에 별 재능도 흥미도 없지만^^, 이 책이 말하는 일상 상담 같은 건 해볼 만 하겠단 생각이 들게 하는 썩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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