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고 싶었던 게로군
Posted 2015. 2.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유길준 묘소 방향으로 검단산에 올랐다가 애니메이션 고교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곱돌약수터에 잠시 들렸다. 물바가지 걸어놓는 나무판에 걸려 있는 시계와 거울이
바뀐 것 같았다. 한동안 금이 가 있는 거울이 걸려 있었는데 새 걸로 바꿔 걸고, 시계도
눈금과 숫자가 선명한 게 시원시원해 보였고, 온도계도 깨끗한 게 전엣 것과 달랐다.
전에 비해 정렬도 잘 해 놔서 보기에 좋았다. 곱돌약수터의 다섯 친구 (2/23/12)
새 걸로 바꿔놓으니 보기는 좋은데, 기증한 회사 로고가 너무 큰 게 조금 촌스러워
보였다. 시계야 눈금과 숫자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괜찮지만, 문제는 얼굴을
비춰보는 거울 하단에 붙어 있는 큼지막한 스티커였다. 자칫 얼굴이나 옷매무새를
비춰보려다가 일부가 가려 안 보일 정도로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기증한 쪽에서야 별 생각 없이 그냥 붙여 놓았겠지만, 기왕이면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반쯤 줄인 조금 작은 걸로 붙였다면 보기도 좋고 이용하는 데도 불편하지 않고
눈에 잘 들어왔을 텐데, 너무 커서 옥에 티처럼 보였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과유불급
(過猶不及)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티를 덜 내면 좋았을듯 싶다.
지난 번 건 금이 가기도 했지만 조금 오래돼 약간 뿌옇게 보였는데, 새 거울은
얼굴이며 머리 모양새를 선명하게 비춰주었다. 거울에 비췬 자신을 셀카처럼 찍는
이들은 좋아할 것 같은데, 커다란 스티커에 살짝 가릴 수도 있어 각도를 이리저리
잡아보다 보니 저 뒤에 서 있는 나무가 슬그머니 거울 액자 속으로 들어왔다.
겨울의 끝부분이라 키 큰 나무는 초록과 갈색 잎 하나 없이 맨살 가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매일 자신을 비추면서 가꾸다 보면 나무 자신과 등산객
모두 예상하지 못하던 때에 새로워진 모습으로 거울 액자를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런데 거 봐, ent 너 때문에 얘 모습도 일부 가려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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