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판
Posted 2015. 3.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새 학기를 맞아 계원대 갤러리 27에 전시된 작품들 가운데 6점으로 된 강아지 연작이
있었다.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품종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게 없어 모니터를 보여주며
아내에게 물어보니 이것도 모르나 하는 시선과 함께 달마시안이란다. 에이, 들어본
이름이고 조금 검색하면 아는 체 할 수 있었는데, 괜히 스타일 구겼다.^^
만화 같은 캐릭터며, 한 뼘 크기며, 그림 속 시선이며, 그림마다 마릿수가 다른 거며,
친근한 분위기가 다른 그림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확실히 이런 건 한데 모아놓은
연작이 하나씩만 보게 될 때보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 개별 작품보다 한데 묶어 보는
느낌이 더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왼쪽 그림들은 발을 딛고 있는 지면을 까맣게 칠하고 대개 시선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주로 마릿수 제목으로 달아놓았다. 그에 비해 오른쪽 그림들은 표정이나 동작으로
제목을 붙인 게 재밌었다. 가령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개 신남, 개 설렘, 개 무뚝이라고
센스 있는 화제를 붙여 놓았는데, 앞에 굳이 일일이 '개'를 붙인 것도 안 붙일 때보다
훨씬 느낌이 사는 게 개 흥미로웠다.
한 대상을 다양하게 변주(Variation)한듯한 이 연작을 보면서 작가가 그냥 그린 게
아니라 그림 속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오랜 시간 관찰하고 함께 놀아본 이일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랬길래 나처럼 개와 별로 친하지 않은 관람객까지 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자연스런 개 판이 펼쳐진 게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