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빈 나무
Posted 2015. 3.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산길에는 당당히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쓰러진 나무들이 제법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쓰러진 나무들은 그 자리에 그냥 누워 있기도 하지만, 자리를 옮겨 몇몇이
모여 살기도 한다. 잔 가지는 장작감으로, 큰 나무들은 켜서 다시 벤치나 발판용으로
쓰이는데, 개중엔 그 다음 작업을 깜빡 잊고 그냥 오래 방치되는 것들도 있다.
몇 년 동안 그냥 두다 보니, 나뭇잎이 굴러와 터를 잡고 바람에 밀려온 흙이 틈새에
쌓이면서 그 틈에서 풀이 자라 새로운 풍경을 이루기도 하는데, 어쩌면 이런 자연스런
풍경을 염두에 두고 그냥 모아서 내버려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서 있을 때나 쓰러져 있어도 제몫을 하는 나무들은 참 대단해 보인다.
낙엽더미와 잡풀 사이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누워 있는 나무 가운데 하나가 속을
텅 비워낸 채로 봄을 맞고 있었다. 지름이 한 뼘을 넘어 30cm는 족히 될듯 싶은데,
겉부터 바스라지거나 부서지지 않고 속부터 비워내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특이해 보였다. 누가 일부러 파거나 빼내기라도 한 걸까.
이리저리 둘러보니 윗 부분이 세 방향으로 갈라진 제법 큰 나무의 한 부분이었다.
다른 둘은 겉이 조금 갈라지긴 했어도 속을 멀쩡히 보존하고 있는데, 하나만 비는 게
이채로웠다. 쓰러지기 전부터 원래 속이 비어 있었는지, 아니면 넘어지고 난 다음에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사라진 겐지 궁금하다. 가끔 이럴 땐 식생(植生) 등 식물학에
관한 지식이 좀 있으면 좋겠단 바램이 뜬금없이 불쑥 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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