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의 흔적
Posted 2015. 3.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봄이 완연한 산길을 걷다 보면 아직 지난 겨울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걸 보게 된다.
동그란 씨앗 두 알이 붙어 있는 작고 마른 콩깍지처럼 생긴 껍질 하나가 마른 잎들
사이에서 볕을 쬐고 있었다. 생긴 게 콩깍지 비슷했지만, 콩이 있을만한 곳도 아니고,
누가 버린 것 같지도 않은데 무슨 열매나 씨인지 모르겠다.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보니 사인암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엔 이런 콩깍지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어떤 건 장난감 총알 같이 생긴 씨가 열 개 가까이 들어있던 흔적이
보이는데, 바람에라도 훌쩍 날아가 등산로에서 멀리 벗어나야 씨가 심기면서 뭔가를
피워낼 텐데, 어쩌려고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겐지.
여름 가을엔 발에 채이면서 흔히 볼 수 있던 도토리는 겨울을 보내는 동안 다람쥐나
청솔모에게 열매를 뺏기고 껍데기만 남아 나뒹굴고 있다. 도토리 열매는 동물들만 아니라
사람들도 좋아해^^ 오가며 줏어가곤 하는데, 껍데기만 남은 걸 보니 동물들도 오랜
경험으로 이 부분이 맛이 없고, 별 쓸모 없다는 걸 알았던 것 같다.
간혹 마른 솔방울들도 길에 굴러다니다가 발길질을 당하곤 하는데, 다른 계절은
몰라도 이 즈음엔 그리 자주 눈에 띄진 않는다. 산에 가장 많은 나무 가운데 하나가
소나무일 테고, 솔방울도 그만큼 흔하겠지만, 요즘은 어쩐 일인지 도시의 산에선 예전과는
달리 쉽게 보이지 않는다. 솔방울 하나에만도 여러 씨앗을 간직하고 있을 텐데, 숲길로
굴러내려 자리를 잡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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