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복사기
Posted 2010. 8.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교회는 은근히 복사물이 많다. 주일학교 주보, 찬양대 악보, 회의 자료, 각종 찌라시 등
토요일과 주일이면 복사기 주변은 성황을 이룬다. 이면지를 알뜰하게 사용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다량 복사를 허용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기도 하지만, 복사기 없는
교회 사무행정은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큰 교회들은 대용량 고속 복사기를 두세 대씩 설치해야 할 정도인데, 분당의 할렐루야 교회,
안산의 동산교회에서 비슷한 모델의 복사기를 봤다. 한 눈에 봐도 좋아 보이고 있어 보이는
기종들이다.
교인 아니라 아무나 쓰게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나 했는데, 가만히 보니 그냥은 쓸 수
없고 한 장에 5천원 하는 복사카드를 사용하게 돼 있고, 카드 잔량을 알아볼 수 있도록
카운터도 설치돼 있다. 5천원에 100장을 쓸 수 있는지, 200장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폭주하는 복사 수요를 감당하고 최소한의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여 나쁘지 않았다. 개중에는 자기 물건은 끔찍이 아끼면서도 교회 물건은 공짜란 생각에서
아끼지 않고 막 쓰는 약간 몰지각, 무감각한 교인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무실 안이 아니라 복도에 설치했기 때문에 야간이나 어두울 때도 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스탠드도 설치해 놓았다. 작동이 되는지 보려고 한 번 켜 봤다.
복사기를 복사 용도 외에 백지나 메모지 공급처로 알고 트레이를 꺼내 종이를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나 보다. 경고 메시지를 점잖은 어조로 그러나 눈에 띄도록 붙여 놨다. 아마 이걸
다른 말로 하자면, 백지 꺼내 가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쯤 되지 않을까.
'I'm wandering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섭시 34.5도, 화씨 95도 (2) | 2010.08.21 |
---|---|
오리배 (0) | 2010.08.17 |
일어나 손들고 박수쳐 (0) | 2010.08.03 |
장마가 시작되는군 (2) | 2010.07.02 |
NCOWE V에서 (4) | 2010.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