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배
Posted 2010. 8. 17. 09:52,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청주에 사는 처제네를 다녀왔다. 조카들이 어려 명암저수지에서 오리배를 탔다. 미사리에서
타 보곤 실로 오랜만에 타봤다. 30분에 1만5천원인데, 손님이 거의 없어서인지 지칠 때까지
맘대로 탈 수 있었다. 강냉이와 뻥튀기를 함께 팔고 있었는데, 처음엔 심심풀이 땅콩으로 먹는 건
줄 알았는데, 다 용도가 따로 있었다.
오리배가 뜨자 구석에 숨어 있던 오리들이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줄잡아 수십
마리가 자이언트 오리배를 향해 오리발을 저으면서 돌진해 왔다. 아이들이 떼어 주는 뻥튀기를
받아 먹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오리 하면 흰 오리에 한두 색이 더 있겠거니 했는데, 이번에 보니
깃털과 부리, 오리발 모두 제각각이었다.
큰형님 오리배에 더 이상 먹을 게 없다는 걸 확인한 녀석들은 다시 유유히 다른 데로 방향을
튼다. 아이들은 발로 노를 저으면서 방향 바꾸는 걸 재밌어 하고, 나는 뒷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오리 안경 속으로 펼쳐지는 한여름 늦은 오후의 다른 동네 풍경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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