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차에 올라 타다
Posted 2010. 8. 6. 10:19,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열대야가 며칠 계속되는 나날이라 불쾌지수가 비등점에 턱걸이하고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매미가 울어댄다. 베란다 방충망은 녀석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한 놈만 찾아오는 게 아니라, 여러 놈이 번갈아가며 오는 것 같다.
처음엔 사람 발걸음과 카메라를 의식해 날아가더니, 그 일도 익숙해진 듯, 이젠 다가가도 한동안 꼼짝 안 하고 포즈를 취해 준다. 아, 아주 안 움직이는 건 아니다. 소리를 내려면 몸통인지 날개인지를 움직여야 하니까.
남의 집 창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락날락하는 것으론 성이 안 찼는지, 아니면 폭염으로 온통 비몽사몽인 내 눈이 이상해진 건지 그 중 한 놈이 드디어 주차장에 평행주차된 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비얍게 운전석에 날개를 내리더니 좌우 앞뒤로 제 기분대로 자리를 바꾼다.
매미가 올라탄 차는 하얀색 몇 년 된 모델이었다. 이왕이면 요즘 잘 나간다는 K5나 섹시한 핑크색 마크리를 고를 것이지, 순진하게 구형 백색을 몰 건 뭐야, 하고 있는데, 녀석이 내 맘을 알아차렸는지 이내 제 차를 버리고 다시 다른집 베란다를 향해 고속 질주해 부렀다. 짜식, 그래봤자지. 오늘 저녁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또 문안인사라며 들이댈 거면서. 그땐 새 차 좀 몰고 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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