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의 목소리들
Posted 2015. 12.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토요일 시청 앞에서 열린 2차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저마다 손에
들고 얼굴에 썼다. 신문과 전단들이 나눠졌고, 손팻말과 스티커들이 돌려졌다. 스타일과
모양, 크기는 각각 달랐어도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는 비슷하게 모아졌다. 2시부터 5시까지
서울광장 주변을 걸으면서 눈에 띈 것들을 모아봤다.
겨울 시즌이면 스케이트장으로 변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라 서울광장의 상당 부분을
뺏긴 참가자들은 플라자호텔 쪽에 앉아 대회를 진행했는데, 시청 앞에 서서 삼삼오오 손팻말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이들이 여럿 보였다. 조금 오버하는 문구도 있었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부터 집회 자유 보장 같은 소박한 목소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요즘 유행어는 엉둥한 데서 생산되고 있는데, IS는 졸지에 아이스라고 읽히게 됐다.^^
복면과 마스크 그리고 가면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표정관리 못하고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시청 광장이 할로윈 시즌이 훨씬 지났는데도 온통 마스크 천하가
되고 말았다. 이게 쓰고 싶어 쓰는 거겠는가. 쓸수밖에 없게 만드니 우격다짐으로 쓰고,
놀리고 조롱하는 풍경을 만들어 냈다. 아몰랑 덕분에 쇼핑백도 새로운 용도가 생겼다.
누가 누구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건 무엇인가. 패션 못지
않게 필체도 좋은 복면 신사가 엄지 척하면서 일일이 포즈를 취해 주었다. 광장에선 어떤
목소리나 의견, 주장도 자유롭게 나눠져야 하지만, 해결 기미가 아득해 보이는 외로운
목소리도 다시 힘을 냈다.
심각한 어른들에 비해 청소년들은 역시 명랑하고 유쾌했다. 머리를 물들인 남학생이
배낭에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를 코믹하게 붙였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도 스케치북에
자신의 생각을 한 자 한 자 공들여 담아냈다. 이 친구들이 우리보다 훨 낫다. 기성세대인
우리가 뻘짓만 안 하면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를 이렇게 우울하게 보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당최 니들이 고생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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