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성경 150장을 읽다
Posted 2016. 1. 3.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새해 첫날 모처럼 마음 먹고 성경 150장을 읽었다. 아무리 연초라지만 15장도 아니고 150장이라니.. 아, 놀라지도 오해도 마시라. 창세기부터 출애굽기, 레위기를 읽었다거나, 마태복음부터 4복음서에 사도행전, 로마서를 읽은 게 아니라, 한가운데 있는 홀쭉한 시편 전권 150편을 읽은 거니까.^^
작년말에 완역본이 나온 <메시지 성경>으로 통독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어떤 책부터 읽어나갈까 하다가 연초부터 너무 무겁지 않은 시편과 잠언부터 읽다 보니 조금 진도가 나간 것이다. 원래는 모교회 다닐 때 성경을 참 많이 읽으신 목사님이 평생 하신 것처럼 매일 시편 다섯 편과 잠언 한 장씩 읽어 매달 시편과 잠언을 한 번씩 읽어볼까 했는데, 내친 김에 통째로 읽게 된 것이다.
원래 진득하니 앉은자리에서 승부를 보는 타입이 아니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나누어 읽었는데, 할 만 했다. 물론 통독이란 게 그렇듯이 시를 음미하면서 읽진 못했고, 시편이란 숲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트레킹하듯 읽었다. 몇 절 안 되는 짧은 시편들 덕을 봤는데, 중간중간 176절이나 되는 119편 같은 암벽들도 나타났다.
메시지 성경은 현대미국영어로 풀어쓴 걸 옮긴 거라 단어나 문장 표현이 경쾌하고 리듬이 있고, 시편과 잠언은 특히 운율을 살려 본문 편집을 해 놓아서 가독성이 뛰어나다. 글줄 길이가 짧고, 연이나 절 단위로 한 줄씩 스페이스를 주어서 부담없이 술술 읽히는 묘미가 있다. 2백 페이지 정도 됐는데, 일단 정초부터 성경책 한 권을 뗐다는 게 뿌듯하다.^^
메시지 성경에는 책마다 풀어쓰고 옮긴 유진 피터슨 목사의 머리말이 있는데, 시편을 따라 기도한다는 건 두운과 각운을 맞춰 매끄럽고 세련되고 고상하거나 우아하게 표현하는 교양인의 기도가 아니라, 분노와 찬양과 탄식의 순간에 순박하면서도 거친 육성을 토해내는 거라는 대목에서 그 동안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새삼 생각할 수 있었다.
하나님, 들어주소서! 부디 귀 기울여 주소서!
신음하고 울부짖으며, 두서없이 쏟아내는 나의 말을 알아들으시겠는지요?
왕이신 하나님, 주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침마다 주님, 내 기도 들으시겠지요.
아침마다 나, 주님의 제단에
깨진 내 삶의 조각들 펼쳐 놓고 불이 내려오기를 기다립니다. (시편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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