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책방
Posted 2016. 2. 1.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지난 여름에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듣다가 이동진이 '내가 산 책'이란 코너에서 언급한 <어느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를 읽었다. 함부르크에 살던 아이 둘의 독일+오스트리아 커플이 빈에 있는 40㎡ 크기의 동네 서점 하나가 문을 닫게 됐다는 소식에 별 생각 없이 경매에 응찰했다가 4만 유로에 덜컥 낙찰이 되면서 졸지에 서점 주인이 됐고, 몇 년 뒤 10만 유로를 들여 60㎡로 키우고, 다른 서점도 하나 더 여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수십 년 한곳에 있었고, 동네 단골들도 있고, 두 사람이 각각 대형출판사 마케팅 매니저와 프리랜서 방송편집자로 책과 관련된 일을 해 오긴 했지만, 살던 동네가 아닌 도시로 이주해 생전 안 해 본 서점 운영을 막상 하게 되면서 겪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담겨 있어 술술 읽혔다(한 번에 다 읽기는 아까워서 일주일 동안 퇴근해서 밥 먹고 TV 좀 보다가 카페트에 배 깔고 누워 기분내키는 만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생각하던 서점 풍경과는 조금 달랐는데, 서점 직원들 모두 손님들의 주문과 추천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책에 정통한 이들이었고, 도제 시스템으로 길러지는 서점 인력들이 적절한 보수와 처우를 받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또 하나 서점이나 다른 장소에 저자를 초청해 낭독회를 열면서 도서 전시와 사인회로 책을 판매하기도 하고, 서점주로서 (나중엔 저자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여해 교류하는 스케일도 우리네 서점 풍경과는 달라 이채로웠다.
최근에 나온 <우리, 독립책방>도 함께 주문해 읽었는데, 출판사 북노마드 편집진이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의 29개 독립서점을 하는 사람들과 나눈 개성 있는 인터뷰를 편집한 책이다. 홍대 부근을 중심으로 서울 19곳, 지방 10군데를 소개하고 있는데, 서울은 죄다 강북에 위치한다는 게 흥미롭다. 비싼 임대료 탓일 게다. 내용도 좋지만, 편집도 잘해서 독립서점들의 존재와 흐름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됐다.
서점 풍경을 살리려 컬러 인쇄를 해 비주얼도 좋고, 작은 고딕 글자로 4백 면에 이르니 콘텐츠도 제법 있어 2만5천원을 받았지만, 그 값을 충분히 하는 괜찮은 책이었다. 책방 이름도 하나 같이 개성 있고 자유로운데, 책방 오후다섯시, 땡스북스, 베로니카 이펙트, 유어마인드, 일단멈춤, 퇴근길 책 한잔, 프루스트의 서재, 오디너리북샵(이상 서울), 물고기이발관, 우주계란, 라이킷, 더폴락, 홀린(이상 지방) 등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독립서점은 주인 맘대로 책을 구비하고 전시하는 일종의 개성 서점이라 할 수 있는데,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주름 잡는 가운데 독특한 취향과 컬렉션으로 살아 남고 진화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런 흐름을 놓치고 한 군데도 가본 적이 없는데, 날이 좀 따뜻해지면 토요일에 마실삼아 몇 군데 가보고 싶어졌다. 지난 여름에 산 <작은 책방>에 이어 서점에 관한 책을 또 샀다고 하니, 아내가 언제 할 건데 한다. 글쎄, 4만 유로가 생기면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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