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t
Posted 2016. 2. 2.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작년 여름에 문학 잡지가 한 권 새로 나왔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내기 시작한 격월간 <Axt>인데, 독일어로 도끼란 뜻이고, Art & Text를 줄인 말이기도 하다. 도끼 하면 떠오르는 독서에 관한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한 잠언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에 나오는 그 Axt다. 배수아, 백가흠, 정용준이 편집위원이고, 백다흠이 편집장과 사진을 맡고 있다. 이름이 비슷한 둘은 형제 사이다.
단행본보다 큰 B5 사이즈에 200면이 넘는데, 본문 용지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모조지가 아닌 컬러 면지에 많이 쓰는 스노우 화이트지로 인쇄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더 놀라운 건 2천9백원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가격으로, 이 정도 매무새면 못 받아도 만원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뿌리는 것도 아니고 그 1/3-1/4 가격으로 어떻게 타산을 맞추나 모르겠다.
기존의 문학잡지들과는 다르게 세련된 표지부터 눈을 끄는데, 천명관, 박민규, 공지영에 이어 올해 첫 호는 토끼 인형으로 얼굴을 가린 듀나를 표지 모델로 내세워 이메일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SF소설을 쓰는 얼굴 없는 작가라는데,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다. 이 인터뷰 기사가 뒷말이 생기면서 잡지 7천부가 동이 났다고 지난주 중앙일보는 전한다.
창간하면서 정기구독 사은품으로 Axt 오피스 세트와 글래스 자를 준다길래 구독할까 하다가 말았는데, 다른 책을 주문하면서 과월호들까지 함께 주문해도 네 권이 만원 정도니 거저나 진배 없어 횡재한 느낌이다. 정기구독 안내 엽서에는 <소설을 위한, 소설독자를 위한, 소설가들에 의한 격월간 소설잡지>란 정체성을 표방하고 있다.
물론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문학잡지인지라 목차부터 기호를 써서 낯설게 보이려는 시도는 봐줄만 하고, 본문 레이아웃을 비롯해 편집 디자인이 깔끔하고 세련됐지만, 우리 같은 세대들에겐 가독성이 떨어져 잘 안 읽힌다. 오랜만에 문학잡지를 사긴 했지만 몇 편 읽다가 밀어두었는데, g는 좋아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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