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공항의자
Posted 2016. 2. 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Colorful Chicago
몇 해 전에 미국 중부에 있는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을 간 적이 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차를 기다리면서 공항의 이곳 저곳을 살피다가 신기한 의자가 눈에 띄었다. 오래되어 낡은 여행 가방들을 모아 앉는 자리와 다리 그리고 등받이까지 이어붙여 놓았는데, 그 아이디어와 매무새가 볼만해 한참을 들여다 봤다. (이 의자를 한 번 올린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포스팅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공항에 딱 어울리는 컨셉이었는데, 척 보기에도 수십 년은 지난듯한 여행 가방들을 크기와 색깔을 맞춰 각을 잡아 가로 세로로 배열해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가죽으로 된 것도 있고, 하드 케이스에 휴대용 007 가방까지 다양하고 다채로운 여행 가방 컬렉션은 이전 시대의 여행 스타일을 보여주었고, 저 가방들에 어울리는 여행객들의 패션까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요즘 여행 캐리어들에 비해 조금 작고, 색도 제한돼 있는데, 무엇보다도 바퀴가 없어 끌거나 밀고 다니진 못하고 일일이 들고 다녀야 하는 그 시절 공항 풍경도 연상하게 했다. 의자 밑 공간엔 이 가방들을 운반하는 작업 풍경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아 디자이너들의 재치랄까 유머 감각을 엿보게 만들었다. 컨베이너 벨트 없이 거의 수동으로 노동력에 의존하던 시절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었다.
재밌고 신기해 보이는 여행 가방 의자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한쪽 귀퉁이에 두 손을 모으고 단아한 자세로 앉아 있는 흑인 여성 인형이었다. 코트를 갖춰 입은 단정한 옷차림에 모자까지 쓰고 나이에 어울리게 적당히 살이 찐 노인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하나 또는 두 개의 여행 가방을 옆에 두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 여행의 피로에 잠시 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후 목적지가 없이 막막한 심정이었을지도 혹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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