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벽면, 발랄한 상상
Posted 2016. 6. 1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교토 철학의 길을 걷다가 깔끔하고 세련되게 장식한 벽면이 눈에 띄었다. 대체로 일본 주택가가 깨끗하고 단정해 보이지만, 문을 달고 벽을 새로 칠한 지 얼마 안 됐는지 깔끔하고 시원해 보였다. 심플해 보이는 게 살림집이라기보다는 무슨 스튜디오 분위기가 났지만,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 둘 중 하나일지, 둘 다 맞을지, 둘 다 아닐지 알 방도는 없다.
첫 눈에 들어온 건 세로로 길게 달아놓은 목재 손잡이였는데, 홈을 파서 연결해 놓은 반듯한 철재 고리 윗부분이 마치 무슨 장난감 국기 같았다. 그 위엔 잡아당겨 열라는 영어 단어 Pull이 정갈하게 이탤릭체로 써 있었는데, 경첩이 밖으로 달린 걸로 봐서 당연히 잡아 당기는 문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헷갈려 할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였을까.
본격적으로 이 집이 궁금해지게 만든 건 벽면 한가운데에 이탤릭체로 조금 크게 쓴 monk 때문이었는데, 멋있어 보이면서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궁금했다. 사전적 의미대로 수도사네 집이란 말일지, 아니면 TV시리즈 주인공과 관련된 집이란 건지. 나라가 다르니 드라마 주인공이 사는 집일 가능성은 거의 없고, 아마도 이 드라마 마니아가 자신과 주인공을 일체화시켜 써 놓았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의 직업을 따 와 정말 탐정이 사는 집이나 사무실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슬쩍 지나가는 길에 잠깐 눈에 띄었을 뿐이지만,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이런 쌈빡한 컬러에 이런 모양읗 하고 있는 벽면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뭐 이런 거 아니어도 봐야 하고 가야 할 곳 투성이지만, 이런 순간에 마주치는 이런 장면은 놓치기 아까워 자꾸 서성거리고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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