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용 벤치
Posted 2016. 6. 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보통 벤치는 세 사람 정도 앉을 수 있는 길이로 만든다. 조금 길게 만들어 한두 사람이 더 앉을 수 있거나, 지하철 플랫폼이나 등산로 같은 데서는 등받이 없이 양쪽에서 지그재그로 두어 명이 더 앉을 수 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3인용이 표준인 것 같다. 물론 세 사람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크기라도 누군가가 먼저 앉아 있으면 굳이 방해하려 하지 않고, 둘이 앉더라도 양쪽에 앉고 가운데는 잘 앉지 않게 된다. 마치 비행기 3열 좌석처럼 굳이 가운데 끼어 앉으면 답답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사카성 가는 공원길에는 아예 2인용 벤치들만 놓여 있었다. 앉는 자리는 목재로, 등받이는 무슨 공연장 좌석인양 철재로 근사하게 만들어 보는 순간 한 번 앉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흩뿌리는 봄비에 젖어 있어 눈에만 담아두었다. 저 키 크고 잘 단장한 나무들 아래라면 데이트족이건 노년의 산보객들이건, 따사로운 햇볕 아래서건 가로등 불빛 아래서건 잠시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고 싶어질 것이다.
밴치는 꼭 나무로만 만들진 않는데, 시멘트로 만들었어도 앉는 자리는 나무에 앉는 기분을 주려는듯, 나무 색을 칠해 놓기도 한다. 화사한 꽃을 배경으로 앉으면 분위기 있는 사진이 나올만한 자리다. 내가 본 2인용 벤치 풍경 가운데 갑은 5년 전쯤 시카고현대미술관 옆 작은 공원에서 부부로 보이는 중년 커플이 티셔츠에 반바지에 야구모자에 크록스까지 절묘하게 콘트라스트를 이루면서 같은 포즈를 하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순간이었다.
'I'm traveling > Oisii Jap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삿포로 가족여행 (0) | 2018.06.09 |
---|---|
깔끔한 벽면, 발랄한 상상 (1) | 2016.06.17 |
오사카성 니시노마루 정원의 나무둥걸들 (0) | 2016.06.05 |
파안대소 (0) | 2016.06.04 |
교토 은각사 나무들 (0) | 201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