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 보트
Posted 2016. 6.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검단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옆 단지 아파트를 지나오는데, 주차장에 제 차 길이만한 배를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차가 보였다. 스키나 자전거를 이고 다니는 차들은 많이 봤어도 이렇게
길다랗고 앞뒤가 뾰죽한 배를 이고 다니는 차는 처음 봤다. 다행히 배 길이가 차 길이를 넘진
않았는데, 그래도 워낙 길어선지 뒷쪽으론 조금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도로를 달릴 때 이 차는
물론이거니와, 뒤따라 오는 차들도 은근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노란색 배는 홀쭉하고 날렵한 게 매끈해 보였는데, 재질이 뭔진 몰라도 가벼우면서도 탄탄헤
보였다. 강이나 바다에서 물 위에 떠서 물살을 헤치며 유유히 나아갈 땐 볼만할 것 같았다. 이걸
그냥 통칭해서 보트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모양이나 성능을 따져 카누나 카약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통은 이렇게 힘들게 이고 다니지 않고, 물에서 가까운 창고 같은 데 보관할 것
같은데, 주택가, 그것도 아파트 단지 주차장까지 지고 와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나 모르겠다.
몸체가 길고 매끈하다 보니 물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차량에 고정시키는 것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 같다. 달리는 도로에서 흔들거리지 않게 하려면 여간 단단히 잡아당겨 꽉 매지 않으면
어려웠겠다 싶었다. 차량 앞뒤 좌우 여기저기 단단하고 팽팽하게 묶어놨어도 웬지 불안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반대쪽에서 보니 원래 지붕 위에 적재함을 하나 장착하고 있었는데, 크기와
모양이 안정돼 보이는 게 보트와 확연하게 대비됐다.
이 차의 주인은 아마도 해양 스포츠 마니아인 것 같은데, 달리면서나 주차해서나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깨나 받았을 것 같다. 나야 차에 스티커 한두 장 겨우 붙이고 다니는데, 이런 차들
보면 괜히 신기하고 궁금해져 이리저리 뜯어보게 된다. 모르지, 도로(자전거)와 눈 위(스키)에 이어
물 위에 뜨는 것들(튜브나 보트)까지 싣고 다니니 얼마쯤 시간이 지난 뒤에는 하늘을 나는 드론
같은 걸 얹고 다니는 이들을 보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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